음악 생각

DJ D.O.C(디제이 디오씨) 나 이런 사람이야 2010. 07. 29. 싸이(Psy)의 참여가 처음은 아니다. ‘Party party', '수사반장’으로 이미 디제이 디오씨(DJ D.O.C)와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당시는 그의 색깔이 곡에 짙게 배었었는데, 언타이틀(Untitle)의 유건형과 공작한 '나 이런사람이야'는 과거보다 좀 더 디오씨에게 맞춰진 거 같다. 디오씨 특유의 뽕 바운스는 물론이고, 후렴 역시 날렵한 편이다. 정재용의 플로우가 작곡가에게 의존한 인상이 깊으나 존재감을 뚜렷이 하는 이하늘의 랩핑과 가사는 여전히 살아 숨 쉰다. ‘Run to you'를 기대했다면 아쉬운 부분들이 있겠지만, 용감한 형제가 집어삼킨 '투게더'를 떠올려본다면 정말 든든해진다.

M.I.A. Born free 2010. 거대한 기관총을 연발하는듯한 드럼 소리가 시작되면 샘플링으로 차용한 수이사이드(Suicide)의 'Ghost rider'가 움직임을 잡아준다. 원곡보다 세진 베이스의 감도는 부지런한 반복으로 몽환을 그려내고, 그 속에서 엠아이에이(M.I.A.)는 불만 섞인 투로 가사를 외친다. 여기서 끝난다면 전 세계가 그녀를 주목해야 할 이유가 부족하다. 이번에도 정치적인 메시지 안에서 신이나게 춤을 추길 바라는 엠아이에이의 목적은 변함없이 달성된다. 유년 시절 경험한 스리랑카 전쟁터의 형상과 빈민가의 추억들이 이제는 세상을 바라보는 그녀의 사상으로 이어져 거대 국가의 무자비함을 끊임없이 규탄한다. 미국 애리조나 주의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적 법안이 통과된 날 공개한, 강압과 폭..

샤이니(SHINee) Lucifer 2010. 07. 19. 에스엠 엔터테인먼트(SM Entertainment) 소속인 샤이니(SHINee)의 매력은 에스엠 소속답지 않은 의상과 음악을 시도한다는 거다. 이것 역시 기획사가 준비한, 시장에서 차별화를 노려보는 방법이지만, 의도가 어떻든 신선하고 반가웠던 게 사실이다. 초심을 지키는 게 가장 어려운 법인데, 'Lucifer'는 위에서 말한, 그룹을 시작할 때의 콘셉트가 변질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컬러 스키니가 어울렸던 소년들은 이제 다른 보이 그룹들에게서 기대하던 의상을 입기 시작했고, 그 기반으로 이어지는 음악은 '누난 너무 예뻐(Replay)'의 풋풋함을 삭제시켜 버렸다. 'Ring ding dong'과 'Sorry sorry'의 중간에서 아슬아슬하..

은지원 You're my V.I.P 2010. 07. 13. 새신랑이라는 딱지가 음악에도 나타난다. 평생을 함께할 반쪽을 찾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됐다는 감정을 마구 분출한다. 맑게 갠 하늘 아래에서 연인에게 고백하는 장면이 절로 생각날 만큼 밝고 편안한 곡이다. 그런데 그 주인공이 피처링을 해준 젝스키스(Sechs Kies)의 동료이자 제이워크(J-Walk)의 멤버인 장수원으로 착각된다. 감미로운 보컬 목소리에 맞춰 은지원이 뒤로 빠진 의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래퍼의 무대가 워낙 좁다 보니 그의 역할이 한없이 작게 느껴진다. 그 어느 때보다 진실한 마음이 담겨 있는 가사고, 목적에 들어맞는 곡도 나왔으나 주연이 나서질 않으니 모양새가 좀 빠져 보인다. 그의 용단(勇斷)이 없어 아쉽다.

조정치 사랑은 한 잔의 소주 2010. 07. 15. 강산에, 윤종신, 뜨거운 감자, 이적 등 유명 아티스트의 앨범 작업과 기타리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조정치의 솔로 데뷔곡. 기타 세션이라는 직함 때문에 무언가 록킹하고 거친 음향을 추측할 수도 있지만, '사랑은 한 잔의 소주'는 어쿠스틱 기반에 담백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실룩거리는 리듬과 함께 어울리는 관악기 소리가 멋들어진 여유를 그려낸다. 소주 한 잔에 비유되는, 사랑에 대한 그만의 풀이는 한창 연애 전쟁터에서 싸우고 있는 세대들에게 공감 가는 소재들. 싱그러운 음악 속에 오랜만에 접하는 '우리'의 이야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