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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리뷰

체리 필터(Cherry Filter) - Rocksteric














체리 필터(Cherry Filter)
Rocksteric
2009. 08. 27.
프로듀서 : 체리필터(ZIN, 유진)

1. 異物質(이물질)
2. 피아니시모(Pianissimo)
3. Morning rush
4. Rockin' star
5. 사랑한다, 그만보자
6. Kama-Mara
7. Orange road
8. Right here
9. 일요일 오후 4시
10. 나를 삼키며
11. From. paradise

전곡 작사, 작곡 : 정우진, 조유진 

'낭만 고양이'(2002), '오리 날다'(2003)의 히트 레퍼토리를 생성한 지도 6년이 흘렀다. 그 사이 체리필터는 두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고 총 다섯 장의 디스코그래피를 완성하며 중견 그룹의 위치로 올라섰다. 그러나 존재의 가치와는 다르게 청중과의 거리는 여전히 '낭만고양이'와 '오리 날다'에서 머물고 있다. 

변한 건 없다. 조유진(보컬), 정우진(기타), 연윤근(베이스), 손상혁(드럼)의 4인 체재는 건재하며 '동물 시리즈'의 가사가 사라지긴 했지만, 제이 락(J-Rock)과 하드코어 스타일의 음악도 여전하다. 곡 발표도 2005년 휴식기를 제외하곤 꾸준했다.

물론 전작 < Peace N' Rock N' Roll >의 프로모션 곡 'Happy day'가 기대에 부응한 결과는 아니었다. 기존의 히트 넘버들과 견주어 훅도 약했고 가사에도 특징적 상징이 없어 상대적으로 평이해 보였으니까. 그래서인지 이번 타이틀 '피아니시모(Pianissimo)'는 건반과 기타 리프도 날카롭고 멜로디도 귀에 잡힌다. 역대 대표곡 중 가장 세다. 

신보 < Rocksteric >은 < Peace N' Rock N' Roll >의 실패와 2000년대 초반 이후 멀어져가는 밴드의 위상을 다시 세워보려는 의도로 추측된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과 대중에게 어필했던 것들을 추려 멋들어지게 다듬으려 한 느낌이다. 그래서 가쁘게 다가온다. 가장 잘 나온 장면을 만들려는 탓에 어느 하나 양보가 없다. 기타도, 베이스도, 드럼도, 보컬도 모두 힘을 실어 연주한다. 드센 기들이 합쳐 곡조를 내니 음파의 세기는 강하지만, 개체의 조합이 자연스럽지 못해 강력한 소리로 이어지진 못한다.

이러한 호흡은 거친 곡에서만 자연스럽게 들린다. 격렬한 기운의 '異物質(이물질)', 'Kama-Mara', '나를 삼키며'는 들어맞는 흥을 돋우지만, 간절한 메시지가 담긴 '피아니시모(Pianissimo)', 아침에 분위기를 풀어헤치는 'Morning rush', 이별의 통보를 담담히 내뱉는 '사랑한다, 그만보자'에선 노래의 흐름과 가사에 맞춘 감정을 찾기가 쉽지 않다. 트랙 1번부터 11번까지 내용을 달리 잡아도 음향이 같다. 

체리필터는 개성 있는 록 밴드다. 남자 셋, 여자 하나의 그룹 구성은 얌전한 모던록 그룹을 떠올릴 수 있으나 보컬이 가진 분명한 창법과 함께 피륙의 올이 성기고 굵은 사운드를 분출한다. 그만큼 에너지가 있는 팀이다. 가요계에서 그들만이 갖는 자리가 있기에, 이제 발산의 노력만큼 다듬는 부분에도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밀고 당김의 매력을 갖췄을 때, 멈춰 있는 관계도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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