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생각

이규호 – 세상 밖으로(2014) 1999년 이후 소문만 무성했던 이규호의 신곡이 15년 만에 공개됐다. 그간 작곡자로서 장필순, 이승환, 나윤선, 윤종신 등 너무나 많은 뮤지션에게 곡을 주었던 그이기에, 솔로 활동을 펼치지 않았음에도 기대를 걸었던 팬들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 새 노래는 그런 기다림에 경쾌한 리듬으로 화답한다. 가사는 지금까지 대중에게 잘 드러내지 않았던 그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세상 밖으로”를 연달아 외치는 곡의 전개는 오랜만에 등장한 뮤지션의 무게감을 전달하기보다, 반가운 인사를 건네는 수준. 이 정도 세월을 참아 앨범을 내게 되면 처음부터 강하게 밀어붙일 수도 있겠지만, 수줍게 내미는 듯한 첫 인사가 역시 이규호답다.

S.M. THE BALLAD – 숨소리(Breath) (Sung By 태연 & 종현) 그 아무리 훌륭한 보컬이라도 최소한의 소절이 확보되어야 진가를 발휘하는 법. S.M. THE BALLAD는 평소 그룹 활동으로 접하기 어려웠던 소속 가수들의 가창력을 잠시나마 알리는 팬 서비스용 앨범이다. 이 중 음반의 타이틀로 나선 소녀시대의 태연과 샤이니의 종현은 가려진 보컬이라기보다 이미 검증받은 가수다. 태연은 드라마 O.S.T 음원 시장의 강자며, 종현도 이미 두 편의 O.S.T 곡에 참여한 경력이 있다. 듀엣으로 나선 곡의 진행은 애절한 분위기를 연출해내지만, 종현의 목소리 톤이 낮지 않아 태연과의 만남이 최상으로 보긴 어렵다. 둘 다 오랜 시간 교육받은 창법 탓에 이 만남이 색다르기보단 아스팔트처럼 밋밋하게..

유정란 – 별이삼샵 (2014) ‘유세윤과 이정의 파란예고’란 뜻으로 지어진 유정란은 복고와 개그를 재치 있게 융합한 유브이(UV)의 음악 노선과 별반 차이가 없다. 심지어 유브이 때 썼던 가사를 끌어들이며 만들어낸 라임은 식상하기까지 하다. 노래에 접목할 유세윤의 아이디어가 어느 순간부터 평행선을 긋는 느낌이고, 보컬은 굳이 이정이 나서야 했나 의문이 들 정도로 평범하다. 반복되는 개그에 지쳐 버릴 노래다.

이한철 ‘Tobacco lady' 아침에도 작곡하는 ‘아침형 뮤지션’ 이한철은 이 좋은 습관 덕분에 언제나 밝고 건강한 분위기의 음악을 만들어낸다. 덕분에 그의 노래에선 새벽에 작업하는 대부분의 음악가와는 확연히 다른 감정이 존재한다. 담배 숙녀라는 이 코믹한 제목의 노래는 오랜만에 그가 내놓은 솔로 싱글이기도 하지만, 웹툰 의 O.S.T이기도 하다. 20대 때의 추억을 그린 만화의 내용만큼, 그때의 낭만과 해프닝을 경쾌한 리듬과 재치 넘치는 가사로 표현했다. 작가 김풍이 이한철을 택한 건 친분을 넘어 그가 만화의 내용만큼 즐거운 음악을 만들어 낼지 알기 때문이다. 의뢰의 방향과 그에 따른 결과가 모두 올바르게 나온 싱글.

조관우 – Maybe U (feat. MC스나이퍼) MBC 에서 오랜만에 존재를 증명한 그는 침착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신보는 2014년 발매를 목표로 작업 중이고, 그 사이 싱글은 ‘화애’만 내놓았을 뿐이다. 가속을 밟기 충분한 시점에서 이러한 선택은 의외다. 신곡 역시 뜻밖이다. 어둡고 시린 장면이 먼저 떠올리는 그에게 경쾌한 기타 반주와 아이들의 코러스가 동반됐다. 피처링 참여 역시 매우 드물기에, 노래는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기 좋은 환경을 갖췄다. 조관우의 곡 중 단연 밝은 곡이다. 중견 뮤지션들의 고뇌와 고통이라면, 익숙한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압박일 것이다. 이미 표현한 것들이 많아 그 길은 더 좁아지기에 부담감은 기하급수적으로 가중된다. 이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