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그리고 세번째
2008. 10. 17.
01. 세번째
02. 데이트
03. 그렇게 잘못했던 날
04. 하나도 웃기지 않는, 찰리 채플린
05. 청개구리
06. 좋은 생각이 날 것 같아
07. Why
09. 모닝 글로리
10. You Play Me
11. 피곤해 보여요
12. 3년
13. 집으로 돌아가는 길 2008
- 올드피쉬, 올드피쉬스럽게 다시 오다.
그들만의 리그, 그들만의 장르인 홍대 음악에서 2005년 올드피쉬의 등장은 (정확히 말하면 2004년 부터이겠지만) 반갑고 소중한 존재였습니다. 굳이 홍대라는 틀에 넣지 않더라도 올드피쉬의 음악은 강하지 않지만 뚜렷했고 듣는 이를 만족하게 해주는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보기 드문 데뷔 앨범이었죠. (더블 시디로 구성됐던 1집이 첫 앨범치고 조금 길었던 감이 유일한 투정이라면 투정이네요.)
2년 후 바로 내놓은 두 번째 앨범은 그리 길지 않은 올드피쉬의 행보에 가장 아쉬운 작품이었는데요. 지금에 와서 보면 강하지 않았던 그 음악이 가장 심심하게 비추어진 앨범인 거 같습니다.
그 사이 올드피쉬의 원 맨 멤버인 소다 씨는 많은 활동을 한 거 같습니다. 홍보 문구만 본다면 일본과 영국에서 음반 발매를 한 거 같은데요.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지만 현재 소다씨는 파스텔 뮤직을 나와 개인 레이블(Magic Strawberry Sound)을 설립하고 자신의 레이블에서 처음으로 앨범을 내놓았네요.
개인 레이블도 새웠고 올드피쉬라는 이름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한 시간도 꽤 지난 상태에서 이번 '3년 그리고 세번째' 앨범은 어쩌면 소다씨 개인적으로 터닝 포인트가 될 수도 있을만한 상황일 거 같습니다. 레이블이라는 설립 자체가 개인적 목표에 조금 더 도달하는 기회가 되니까요.
음악 하는 사람은 음악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이러한 변화된 외부의 상황에서 내놓은 새 앨범은 '올드피쉬 안에서 어떠한 것이 가장 만족할 만한 소리인가?' 라는 질문에 완벽히 대답 된 앨범인거 같습니다.
적당한 일렉트로닉과 적당한 기타 소리. 그리고 자극적이지 않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훅. 소다 씨 개인적으로 낮은 톤도 한 껏 살린 음악들은 지루하지도 않고 어느 계절이든 듣기 딱 좋은 '올드피쉬 사운드'로 완성된 거죠.
앨범명대로 전작에서 3년이나 지났고 그에 보답이라도 하듯,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그러면서 자꾸 듣게 해주는 올드피쉬의 음악은 시간에 비례하여 성장한 거 같습니다.
변화에 목숨을 거는 이라면 처다보지도 않을 거 같지만 올드피쉬의 모습이 그렇게 자주 있는 모습이 아니기에 지겨움보다 반가움이 가득한 새 앨범이네요.
독창성을 한껏 더 돋보여준, 참 말랑말랑 하게 단단한, 올드피쉬의 음악은 여전히 따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