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
Let's Dance
2011. 02. 08.
프로듀서: 이정
1. 길비켜 (feat. Yammo, Don Kid) (작사: 이정, 이동헌, 양윤모 / 작곡: 이정)
2. 사랑은 왜 (이정 / 이정)
3. Let's dance (이정 / 이정)
4. 들어봐 (이정 / 이정)
5. Just a friend (이정 / 이정, Bull$Eye)
6. 기쁜 날 (이정 / 이정)
7. 헤어지는 일 (feat. 리쌍) (이정, 개리 / 이정)
8. 들어봐 (Rap ver.) (feat. Yammo, Don Kid, Haley) (이정, 이동헌, 양윤모 / 이정)
9. 사랑은 왜 (Inst.)
10. Let's dance (Inst.)
그간의 공백이 충족된 작품이다. 지난 3년간 본인에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깨달은 듯, 놀라울 정도로 보완된 음악들은 간파의 수준으로 올라섰다. 가수, 작곡자, 프로듀서로서의 능력 모두 충분하다.
이정이 지녔던 약점은 멜로디였다. 시간이 지나도 리퀘스트 될 만한 곡은 적었으며, 순위권에서 힘을 낸 곡도 드물었다. 이것은 김창환으로부터 작곡과 프로듀싱의 주도권을 넘겨받은 < Rebirth Of Regent >(2006) 후부터도 마찬가지였다. 나름 그만의 발라드를 만들어보려 노력은 했으나, 귓가에 남겨지지 않는 미지근한 선율은 가수로서의 경력에 무게를 실어주지 못했다.
< Let's Dance >는 다르다. 겨우 7곡이 들어간 미니 앨범임에도 지금까지 기록된 4장의 디스코그래피의 존재가 작아질 만큼 놀라운 가락들이 포진되어 있다. 물론 이 음표들을 살려줄 편곡도 살아 있다. 매번 대중적 코드를 읽어내는 부분에선 도드라지지 않았던 그가, 드디어 감각을 잡아내는 능력을 완전히 흡수한 것이다.
남성스러운 다짐이 돋보이는 '길비켜'는 트랙 1번으로서 역할을 확실히 수행한다. 기타의 거친 리프와 함께 래퍼들의 도움을 동반한 노래는, 내용에 걸맞은 음향을 분출하면서도 영어가 어울릴만한 후크에선 한국어를 넣는 재치까지 선보인다. 가요와 팝의 기운이 동시에 드는, 이정만의 음악이다.
보컬리스트로서의 역량을 꾸준히 발휘했던 발라드도 진화했다. 절부터 후렴까지 부드럽게 이어진 '사랑은 왜'는 예전 대표곡들과 비교했을 때 더 빛나는 곡이다. 리듬감이 살면서도 애절한 분위기는 유지한다. 흡수력도 빠르다.
타이틀로 결정된 'Let's dance'부터 'Just a friend'까지, 3곡에서 이어지는 오토튠 사용도 나쁘지 않다. 기계가 가져다준 세련된 이미지의 자리를 적절히 찾아낸 느낌이다. 'Let's dance'에선 그가 가진 음색의 적정치를 찾아 효율적으로 변환했고, '들어봐'에선 효과음으로서의 존재로, 컴퓨터와의 만남을 전반과 후반으로 나눈 'Just a friend'는 보컬의 능력을 더 돋보이게 한다. 부족한 실력을 감추려 이용했던 이들과는 대조적으로, 가수로서 뽐내야 할 부분은 사용을 자제하며 놓치지 않았다.
음악을 소비하는 사람들은 많은 걸 기대하지 않는다. 듣는 내내 전달되는 감동의 목소리와 노래가 우선순위로 들리길 희망한다. 비록 깊은 메시지가 없는 부분에서 아쉬움을 발생할 순 있으나, 애초 그가 대중가수로서의 노선을 확고히 따랐던 걸 생각한다면 앨범은 자연스럽다. 쓰인 스타일들이 최근의 트렌드에서는 반 박자 늦게 등장한 감이 있으나, 잘 짜인 구성과 가창력은 시간을 극복해 줄 원천이다. 대중가요로서 기대에 부응되는 요건들을 충실히 따랐다.
김창환이 찾아낸 김건모의 대항마는 이렇게 발전하여 해내고 말았다. 김건모, 박미경, 채연 등 유명 스타들은 많지만, 현재 소속사의 얼굴은 이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