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앨범 리뷰

윤상 - 그땐 몰랐던 일들





윤상
그땐 몰랐던 일들
2009. 07. 03.
프로듀서 : 박창학, 윤상

전곡 작사 : 박창학
전곡 작곡 : 윤상

1. 떠나자
2. 소심한 물고기들
3. 그때, 그래서, 넌
4. 그땐 몰랐던 일들
5. 입이 참 무거운 남자
6. 편지를 씁니다
7. 그 눈 속엔 내가
8. 영원 속에
9. 기억의 상자를 열다
10. 그땐 몰랐던 일들 (아이들)
1
1. My cinema paradise
12. 낯설지 않은 꿈
13. Loop 1 for an end
14. Loop 2 for reboot


윤상, 윤상으로 돌아오다.

일렉트로닉 팬마저 지칠 만큼 쏟아져 나오는 전자 음악은 국내, 국외를 나눌 것 없이 트렌드이자 대세가 됐다. 하지만, 사운드 효과와 배합이 무기인 장르에서 이상할 만큼 다양성이 적어 풍요 속의 빈곤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주류에 속하지 못했던 시기에 과감히 도전하며 자신들의 소리를 구축했던 국내 초기 멤버들의 활약이 생각날 때가 있다.  

윤상은 한국 프로그래밍 음악의 1세대이다. '이별의 그늘', '가려진 시간 사이로' 은 물론이고 그가 작곡한 강수지의 '보라빛 향기'부터 팀의 '사랑합니다'까지 대부분의 대표곡들이 모두 발라드이지만, 본인의 앨범에서 전자 효과는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2000년 이후 월드 뮤직에 더 관심을 보여주며 예전과 멀어지고 있었지만 잠시일 뿐이었다. 그는 돌아왔다. 6년 만에 내놓은 여섯 번째 정규 앨범 < 그땐 몰랐던 일들 >은 프로그래밍 음악을 전면에 내세우며 윤상 특유의 멜로디 라인과 함께 '1세대'의 존재를 굳건히 한다. 

'떠나자'부터 윤상의 작법은 아낌없이 쏟아진다. 밴드 구성과 전자 음악 조합에서 부자연스러움을 찾을 수 없다. 후반 기타 솔로와의 만남은 그 절정이다. 여행을 출발하는 기쁨과 설렘의 전율이 가득하다. '입이 참 무거운 남자'는 무게감 있는 베이스를 중심으로 아카펠라와 전자 음악의 만남을 시도하며 도시적이고 세련된 사운드를 뽑아낸다. 건반 리프의 속도를 바꿔가며 변칙적 템포를 만들어 내는 '편지를 씁니다'에선 무거운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곁들이며 분위기를 낸다. 익숙한 신시사이저 멜로디가 가득한 '기억의 상자를 열다', ‘My cinema paradise'는 지극히 윤상표 음악이다. 윤상을 알고 있던 이들에게는 반가움을, 윤상을 몰랐던 이들에게는 그의 스타일을 알려주는 곡이다. 

전자 음악이 가득한 소리 속에 쉼터도 마련했다. 피아노와 보컬로 이루어진 '그때, 그래서, 넌', '영원 속에' 같은 발라드곡도 놓치지 않으며 빠르게 진행되는 속도에서 한숨 돌리는 역할을 한다. 

< 그땐 몰랐던 일들 >에서 윤상은 일렉트로닉에 빠진 애정을 보여준다. 단순하고 획일적인, 시대에 맞추려 한 소리가 아닌, 그가 구축해왔던 프로그래밍 세계에서 새로운 기법들과 부딪히고 조율해가며 어울림을 만들어 냈다. 본인의 색깔도 잃지 않았으며, 트렌드도 놓치지 않았고, 장르에서 펼칠 수 있는 장점들도 담겨 있다.  

프로그래밍 음악의 맏형으로서, 가요계의 선임 급으로서, 6년간 기다려준 팬들을 위해서, 맡아야 될 사명감이 많음에도 정면으로 맞섰고 기대에 부응하는 작품이 나왔다. 이런 일렉트로닉 앨범만 나와 준다면 지치려야 지칠 수가 없다. 언제나 환영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