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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리뷰

김진표 - Romantic 겨울














김진표(JP)
Romantic 겨울
2009. 12. 17.
프로듀서: 김진표

1. 집 앞이야 (Feat. 샛별) (작사: 김진표 / 작곡: MasterKey / 편곡: MasterKey, 라이머)
2. 어떻게 해야 하나요 (Feat. 호란 of Clazziquai) (김진표 / D.O / D.O, Donnie J)
3. 로맨틱 겨울 (Feat. 김진호 of SG Wannabe) (김진표, 싸이 / 싸이, 유건형 / 유건형)
4. 왜 이래 (Feat. 김창렬, 유리 of Cool, Bizniz) (김진표 / MasterKey, 라이머 / MasterKey)
5. 친구야 (With 이적, 김동률, 류시원, 김원준, 김조한, 싸이, 길) (김진표 / 김건우 / 김건우, 송기홍)
6. Romantic 겨울 (Alpen gondola mix) (Feat. 김진호 of SG Wannabe) (김진표, 싸이 / 싸이, 유건형 / 유건형)

그룹으로만 7장(패닉, 노바소닉), 솔로만으로도 5장의 정규 앨범을 낸 김진표는 늘 변신에 목말랐다. 국내 최초의 랩 앨범 < 열외(列外) >(1997)를 시작으로 거친 가사가 돋보였던 < JP3 >(2001), 평단과 대중의 지지를 고루 얻었던 < JP4 >(2003), 전곡을 작곡하며 풀 프로듀싱을 한 < Galanty Show >(2008) 까지. 그의 도전은 멈출 줄 몰랐다. 

신보 < Romantic 겨울 > 역시 김진표를 기억하는 이들에겐 새로운 구성이다. 데뷔 15년 만에 내놓는 첫 번째 미니 앨범이고, 사랑을 주제로 잡은 콘셉트 앨범이며, 계절의 특수를 노린 시즌 앨범이기도 하다. 다른 뮤지션들은 이미 한 번쯤 시도했을법한 익숙한 특징이지만, 매서운 사회 비판과 성찰을 가사에 담아냈던 그의 경력과 만나니 이것 역시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확실히 < Romantic 겨울 >은 대중적이다. 사랑이 테마란 것도 그렇지만, 이별의 애절함을 풀어낸 '아직 못다한 이야기'만큼 은유적 비유도 많지 않고, '붕가붕가'만큼 노골적이지도 않다. 대중가요에서 친숙히 접할 수 있는 애정 표현이 존재하며 일렉트로닉 사운드도 능숙히 사용됐다. 작곡 참여명단에도 MC몽의 '서커스‘를 썼던 김건우, 아이비(Ivy)의 'Touch me'를 만든 싸이(Psy)와 유건형, 듀스(Deux)의 이현도 등 주류에서 자주 보이는 얼굴들이다.  

음악적으로 현재의 인기 스타일을 흡수한 것이 어색하진 않지만, 그 목적에는 의심 가는 부분이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에서 느린 박자에 젖어든 이는 호란이며, 소몰이 창법으로 곡이 장악되는 '로맨틱 겨울'의 주연은 김진호다. 유리와 김창렬이 피처링한 '왜 이래'에서도 외부인사의 인상이 더 강하다. 샛별과의 호흡이 자연스러운 '집 앞이야'를 제외하면 주인공 김진표의 자리는 잘 보이지 않는다. 유행에도 어울리는 모습보다 유행에 의지하려는 의도로 추측된다.  

앨범마다 공격적인 자세를 지녔던 그의 행보가 이렇게 말랑해지니 의외다. 한 아이의 아버지이며 한 여자의 남편이 된 그의 가정적 배경이 이런 변신을 이끌게 한 것일까. 그러기엔 결혼 후에 만든 < Galanty Show >가 있어 충분한 증거가 안 된다. 외로움의 자아를 토해낸 '그림자 놀이'에서 펼친 작사가로서의 능력은 단연 발군이었으니까. 최근 인터뷰에서 “더는 신곡만으로 이루어진 풀 앨범은 내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한 그의 심정을 살펴봤을 때, 빠르게 변하는 음원 시장에서 공들여 나온 작품들이 대접을 못 받아 상처가 큰 듯하다. 

김진표라고 대중적 음악을 만들지 말라는 법은 없기에 < Romantic 겨울 >의 방향 자체가 크게 부정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이것 또한 그가 처음 시도한 결과물 아닌가. 이런 도전이 지금껏 개척해놓은 방향과 많이 달라 아쉬울 뿐이다. 단순히 음악을 들려주는 선을 넘어, 주류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래퍼의 음악적 고뇌가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알려주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앨범에 대한 고민보단 시장에 대한 고민을 더 했던 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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