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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리뷰

하우스 룰즈 & 엔느(House Rulez & Enne) - Tom N Toms Coffee Break

하우스 룰즈 & 엔느 (House Rulez & Enne)
Tom N Toms Coffee Break
2009. 05. 11.

01. AM 7
02. 에스프레소 (Espresso)
03. 카라멜 마끼야또 (Caramel Macchiato)
04. 쟈스민 (Jasmine)
05. 프레즐 (Pretzel)
06. 에스프레소 (Piano ver.)
07. 에스프레소 (House Rulez Remix By Seoro)


2년간 두 장의 앨범, 한 장의 미니 앨범을 통해 국내 하우스 음악의 전도를 이끌었던 하우스 룰즈다. 바쁘게 보냈던 이 팀이 정규 앨범을 내 놓은 지 반년도 안 돼 또 싱글을 발표했다. 이번 주제는 ‘커피 홍보’. 소속사의 신인 가수 엔느와 함께 커피 전문점 ‘Tom N Toms’의 프로모션 싱글을 내놨다. 

하우스 룰즈가 매번 하우스라는 장르에 집착해 음악을 만들지는 않는다. 어떻게 보면 조금 배반적인 생각도 들지만, 팀의 핵심이자 프로듀서인 서로가 원래 작곡가로 활동했다. 댄스, 발라드, 힙합곡 등에 참여한 그의 능력에 비추건대 한 장르에 국한된 것은 대중이 손해 보는 일이다. 그래서 < Snow Piano >부터 이런 변칙적 활동은 반가움을 가져다준다.

‘커피 매장’이라는 주제를 통해 곡 제목도 다 매장에서 찾아볼 수 있는 종류들이다. 곡을 듣기 전에 제목을 보면 조금 고민이 된다. 쟈스민 차, 프레즐 빵을 보며 음악적 표현이 가능한 것일까? 커피를 다룬 곡 들은 많이 들어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프로모션 목표 때문에 생긴 이벤트라면 이벤트다.

‘AM7’을 시작으로 연달아 싱글의 주제곡인 ‘에스프레소’가 흘러나온다. 보통 커피 매장하면 ‘재즈’ 음악부터 떠오를 것이다. 매장은 침묵을 지켜서도 안 되고 손님들의 이야기에 방해 될 만큼 시끄럽지도 않아야 하는데 재즈는 그 이해관계에 가장 적합한 곡이다. 그런데 서로는 그 관계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잘 해왔던 음악을 시도했다. 기존의 하우스 룰즈와 비교하자면 < Snow Piano >에 가깝다. 웅장한 오프닝이 끝나면 매끄러운 피아노 소리와 엔느의 매력적인 보컬이 나온다. 초반이 지나 등장하는 경쾌한 비트는 점심때 커피 매장에서 듣기 가장 적당한 분위기를 연출해준다. 아쉬운 건 밝은 편곡 덕분에 정통, 오리지날 등을 표현하는 에스프레소의 이미지를 떠오르기는 어렵다. 가사에서도 추억의 도구로 ‘에스프레소’를 꺼내지만 ‘롤리팝’만큼 이미지는 떠오르지 않는다. 곡을 의뢰한 회사 입장에서는 홍보적 입장에서 아쉬울 수밖에.

‘캬라멜 마끼야또’에서는 밤이 돼가는 시간에 들려주기 좋은 곡을 그려 낸다. 건반 자리에는 기타가 들어갔고 반복적으로 들려지는 드럼 소리는 ‘에스프레소’와의 연결을 끊지 않으면서도 속도에 한층 여유를 부려준다. 전체 곡 중 일반적인 커피 매장에서 나오기 가장 적합한 곡이다. 길지 않은 후렴으로 사로잡는 ‘프레즐’의 초반 인트로는 매장 시그널로 쓰기 좋다. 조금 의외인건 곡의 등장이 후반에 있다는 것. 밤을 떠오르기 쉬운 하우스 룰즈만의 비트와 서로의 색소폰 소리가 등장한 ‘쟈스민’까지의 진행은 흐름으로는 마지막 분위기로 가야 하는데 다시 매장 오픈으로 갔다. 마무리를 못 듣고 빠져나온 느낌이다.

앨범마다 수많은 편곡을 했던 하우스 룰즈 이기에, 편곡에서의 기법은 더 빛이 난다. 차분히 보컬의 음색이 들려지는 ‘에스프레소’ 피아노 버전은 위에서 언급한 일반적 에스프레소 이미지에 더 가깝다. 엔느의 목소리가 참 좋다. 여성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그녀의 목소리는 가늘면서도 청아한 모습을 연출한다. < Tom N Toms Coffee Break >에서 엔느의 발견은 최고의 선택이다.

음악이 액세서리로 변했다는 얘기가 많다. 이번 싱글도 ‘커피 전문점’을 위한 홍보 액세서리로 전락한 게 사실이다. 그래도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회사의 의뢰로 커피를 기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음악이 탄생했고, < Star House City >로 바쁜 음악을 했던 하우스 룰즈에 다른 모습을 살펴볼 수도 있었다. 상업적 돈이 흘러들어오지 않았다면 좀 더 다양한 것들을 경험할 수 있었겠지만 이러한 거래가 없었다면 이런 음악도 나오진 않았을 거다.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이번에도 하우스 룰즈는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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