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캔버스 (The Canvas)
여행
2009. 04. 14.
01. 인공위성
02. 너와 나의 멜로디
03. 여행
04. 시간열차
05. 이사 하는 날
06. 나만의 파라다이스
07. 크리스마스 악몽
08. To The Canvas
09. 말없이 바라봐
10. After Midnight
시대별 음악적 스타일이 있다. 지금이야 전자음이 가득한 세대이지만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같은 장르로 구분해도 또 다른 스타일이 존재한다. 지나간 것들에 대해 단순히 ‘촌스러움’으로 정의하기에는 무언가가 부족하다. 기술적인 부분 말고도 감성적으로 느껴지는 것들이 있기에, 그렇게 쉽게 사라질 색깔들이 아니다.
그런 데 없다. 아무리 찾아보려 해도 들려지는 예전의 기억은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시디를 꺼내어 틀어놓는 것 들 뿐이다. 이 시대에도 새로 듣고 싶은 시대별 음악이 있는데 곡이 없다. 굳이 넓혀보자면 다양성의 존재일 거다. 어떠한 장르를 시도한다기보다, 기존의 것들 조차도 이어지지 못한 채 사라진 나라이다. 끝나서 생기는 아쉬움은 만드는 이에게나, 듣는 이에게나 매한가지 상황이다.
캔버스의 첫 데뷔 앨범은 복고적이라는 표현보다 ‘추억’의 사운드를 다시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음악이 추억이라니, 억울해도 어쩔 수 없다. 듣는 순간 느껴지는 건 ‘반가움’ 그 자체이니까.
구성원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언니네 이발관’출신의 정무진을 중심으로 ‘록 타이거즈’, ‘노브레인’등에서 활동한 세션들이 뭉쳐 4인조 밴드로 정비. 2장의 EP를 내놓으며 이미 출격 준비가 완료된 중고 신인 밴드이다. 활동 밴드명만 보면 음악적 성향이 조금씩 떨어져 완성도에 대한 의구심을 유발하는데, 이들이 모여진 순간 내놓은 건 ‘더 캔버스’의 음악 그 자체였다.
악기 쓰임 자체에 예전의 것들을 그대로 답습해 단순히 ‘옛날’을 보여줄 것만 같은 ‘인공위성’이 지나면 ‘더 캔버스’의 진짜 시작인 ‘너와 나의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경쾌하게 진행되는 곡 사이에서 보컬은 힘을 주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간다. ‘편하다’라는 느낌이 딱 이 정도인 거 같다. 더욱이 색깔 강한 밴드 출신의 이들이 이렇게 여유로운 소리를 내주다니, 내공의 깊이가 절로 보인다. 앨범 동명 타이틀인 ‘여행’부터는 ‘너와 나의 멜로디’가 단순히 쓰인 곡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낸다. ‘나만의 파라다이스’에서는 감히 절정으로 치닫는데 30대로 이루어진 이들이 보여주는 넉넉함이 가득 담겨 있다.
밴드 구성원들이 존재함에도 다른 악기들의 소비 덕분에 존재 자체가 무의미해질 때가 있다. 과연 공연에서 앨범만큼 보여줄까 하는 의심부터 들고 말이다. 캔버스의 음악은 그들이 보여줄 만큼 쓰였고 멤버들의 존재가 음악 안에서 모두 두드러지고 있다. 밴드라는 명칭을 달고 앨범이 나왔을 때 어색하지 않은 음악들인 거다. 꼭 한 해 한 번씩 이런 감동을 주고 이런 반가움을 주는 앨범들이 나온다. ‘고찬용’이 그랬고 ‘브로콜리 너마저’가 그랬다. 올해는 ‘더 캔버스’가 그 역할을 해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