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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리뷰

야광토끼 - Happy Ending


야광토끼(Neon Bunny) < Happy Ending > (2012)

데뷔작 < Seoulight >(2011)에서 울렸던 1990년대 가요의 향수가 좋아 그녀를 지지했다면, 이번 미니 앨범의 편곡은 자칫 ‘배신’으로 들릴 수 있다. 복고의 추억을 온전히 담아냈던 소리가 둔탁한 베이스가 대세인 현재의 일렉트로닉 스타일을 여과 없이 반영했기 때문이다.

전자음악이라는 분류에서 단순한 이분법으로 나눈다면, 전작과 후작은 구세대와 신세대로 나뉘게 될 수 있으므로 ‘야광토끼만의 소리’를 놓고 봤을 땐 새로운 도전이자 모험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겨우 한 장의 정규 앨범을 낸 상황임에도 차기작에선 ‘안주’가 아닌, ‘변신’을 시도한 것이다.

변화에서 놀랄 수밖에 없는 건 노선을 갈아탔음에도 어색하게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짙게 깔린 베이스가 곡 전반을 휘어잡고 있지만, 노래는 여전히 가수의 정체성을 잃고 있지 않다. 이것이 이번 앨범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핵심을 파헤친다면 답은 어렵지 않다. 메이저 작곡가가 부럽지 않을 만큼 간결한 선율로 완성한 코드워크, 초지일관 밀어붙인 냉정한 목소리 톤은 이별 이야기에선 매번 울며 쥐어짜는 창법만 내세운 대중음악 속에서 독립성을 갖춘다.

여기에 방점을 찍는 건 가사다. 1집에서도, 이번 음반에서도 임유진은 자기만의 세계를 표현한다. 재수 없는 남자를 비꼰 ‘왕자님’은 “재벌이신가요? / 돌아가 주세요.”라고 외치며 정중히 욕을 하고, ‘비눗방울’에선 차이는 상황에서도 “솔직하게 말해줘요. 내가 싫다 말해줘요”라며 처절하게 붙잡는다. 당당하고 거친 표현으로 대중들을 사로잡은 걸그룹들의 가사와 비교한다면 여성 뮤지션으로서의 존재 가치는 더욱 높다.

일 년 만에 돌아온 그녀는 < 제9회 한국대중음악상 음반 부문 최우수 팝상 >을 수상한 능력이 우연이 아님을 증명했다. 더불어 대중음악에서의 ‘시류’와 ‘개성’이라는 두 개의 객체를 조율하는 방법에서 자신만의 해답을 내놓았다. 트랙 수가 짧은 게 못내 아쉬운 점이랄까. 야광토끼엔 야광토끼만의 팔레트가 있다.

-수록곡-
1. 비눗방울
2. Plastic heart
3. 왕자님
4. 첫사랑

전곡 작사, 작곡 : 야광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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