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퀼렉스(Skrillex)
Scary Monsters And Nice Sprites
2011. 02. 16.
2. Scary monsters and nice sprites
3. Kill everybody
4. All I ask of you (feat. Penny)
5. Scatta (feat. Foreign Beggars, Bare Noize)
6. With you, friends (Long drive)
7. Scary monsters and nice sprites (Noisa remix)
8. Scary monsters and nice sprites (Zedd remix)
9. Kill everybody (Bare noize remix)
< 제54회 그래미 어워드 > ‘최우수 댄스, 일렉트로니카 앨범상’, ‘최우수 댄스 레코딩상’, ‘최우수 리믹스 레코딩상’ 수상, MTV 선정 ‘2011년 최우수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아티스트’.
한 해에 거머쥔 수상 명세가 화려하다. 어느 중견 뮤지션이나 차지했을 것만 같은 위의 내용은 < Scary Monster And Nice Sprites >란 데뷔 EP로 시작해 이뤄낸 신인의 성과다. 주인공은 2010년 전자음악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한 남자, 스퀼렉스(Skrillex)다.
미국엔 2010년 말에, 한국엔 2011년 초에 발매된 이 미니 앨범의 열기는 일 년의 시간을 보냈음에도 여전히 뜨겁다. 빌보드 ‘일렉트로닉/댄스 앨범 차트’에선 10위권 내에서 60주를 넘게 머물고 있으며, 덕분에 그의 후속 EP < Bangarang >(2011)도 순위권 내에서 경쟁하고 있다. 한 차트에서 같은 뮤지션의 이름을 두 번이나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다.
리믹스를 포함, 9곡이 들어간 EP에 이런 인기가 지속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 L.A 지역 로커 출신의 청년은 일렉트로닉에서도 변방의 장르로 손꼽히던 덥스텝(DubStep)을 주류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90Hz 이하의 서브 베이스 소리를 기본으로 한, 과격한 기계음 덩어리로 뭉쳐져 ‘일렉트로닉의 헤비메탈’로 불리는 이 음악을 대중적으로 알리게 했다.
대중성이 있다고 해서 장르가 가진 고유색을 흩뜨린 건 아니다. 오히려 공격성에선 앞서 나간다. ‘Rock ’N’ roll‘부터 ’Kill everybody’까지, 초반에 놓인 트랙은 정신이 혼미해질 만큼 격렬하다. 달팽이관을 사정없이 때리는 음향은 발라드와 클래식만을 즐기는 이에겐 자칫 고문을 선사할 수 있다.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형식을 친숙하게 만든 건 그가 가진 편곡의 힘 때문이다. ‘Rock ’N’ roll‘ 한 곡만 들어도 답은 나온다. 곡에 쓰이는 소스들을 지루하게 늘어놓질 않고, 샘플 교체에서도 기민하게 대처한다. 물론 이것은 덥스텝이 갖는 특징 중 하나이지만, 소스 선정과 전환 속도, 타이밍 감각은 감히 발명이라고 표현할 만큼 절묘하다. 곡 전반에서 편집 지점의 맥을 정확히 짚은 느낌이다.
‘All I ask of you’가 나오기 전까진 보컬도 등장하지 않지만, 목소리가 없어도 심심하지 않은 까닭이 여기에 있다. 거칠게 달려들면서도 자연스럽게 융합하는 기계음 덕분에 충분한 재미가 전달되는 것이다. 거기에 수록된 곡이 리믹스가 아닌 이상 일반 팝송과 같은 4분대의 러닝 타임을 지켜내면서 반복 청취를 이끌어 냈다. 이것이 클럽 음악을 좀 더 대중적으로 퍼트린 그만의 기술이다.
힙합과 트랜스의 융합 등 1988년생이 만들었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곡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많다. 그러나 데이비드 게타(David Guetta), 로빈(Robyn), 데드마우스(Deadmau5)와 같은 강력한 후보를 제치고 올해의 일렉트로닉 아이콘이 돼버린 원인을 찾으라면 단연 위와 같은 천부적인 믹싱 능력일 것이다. 기존에 전자 음악이 갖고 있던 문법을 지켜냄과 동시에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비법. 이것이야말로 대중음악을 만드는 가장 원초적이고도 기본에 충실한 자세가 아닐까. 덥스텝 최초로 메이저 시장에 자리 잡은 이 앨범의 존재는 그래서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