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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리뷰

Lucia(심규선) with 에피톤 프로젝트 - 자기만의 방

 











Lucia(심규선)
with 에피톤 프로젝트

자기만의 방
2011. 09. 07.


1. 첫 번째, (작곡: 심규선)
2. 꽃처럼 한철만 사랑해 줄 건가요 (작사: 심규선 / 작곡: 심규선)
3. 부디 (Album ver.) (차세정 / 차세정)
4. 고양이 왈츠 (차세정 / 차세정)
5. 안녕, 안녕 (차세정 / 차세정)
6. Sue (Inspired by "Fingersmith") (심규선 / 심규선)
7. 두 번째, (차세정 / 차세정)
8. 어떤 날도, 어떤 말도 (차세정 / 차세정)
9. 버라이어티 (심규선 / 심규선)
10. 고양이 왈츠 (Acoustic) (차세정 / 차세정)
11. 어른이 되는 레시피 (차세정 / 차세정)
12. 웃음 (duet with 에피톤 프로젝트) (차세정 / 차세정)
13. 자기만의 방 (차세정 / 차세정)


에피톤 프로젝트(차세정)'선인장'은 단연 < 유실물 보관소 >(2010)의 얼굴이다. 다른 가수의 참여도 좋았지만, 심규선의 목소리는 곡에 정말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팬들의 반응은 커졌고, 소속사는 재빨리 둘의 지속적인 만남을 주선하며 < 첫 번째, >(2010), < 두 번째, >(2011)이란 싱글과 함께 < 자기만의 방 >이 나오게 됐다. 

짧은 작업이 아닌 풀 앨범이기에 기대감은 '선인장' 이상이다. 1990년대를 풍미했던 한국 발라드의 힘이 다시 찾아오길 바라는 정도. 그만큼 콤비에겐 팬서비스를 넘어, 적어도 '유희열+김연우'와 같은 환상의 짝꿍을 희망하는 것이다. 

일단 우려스러웠던 '차세정 음악에 심규선 목소리'가 더해지는 단순한 공식은 탈피했다. 과거 에피톤 프로젝트 음반에서 들렸던 일상적인 소박함이 이번 앨범에선 찾기 어렵다. 편곡에서 차세정의 영향이 강한 건 사실이나, 대중적인 발라드 생산과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에서 영감을 받은 보컬의 목적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무거운 분위기를 냈다. 

특히 작사, 작곡가로도 이름을 올린 심규선의 능력은 놀라울 정도다. 4곡이기에 지분율은 떨어지나 힘은 막강하다. 앨범에서 쉼터 역할을 담당하는 '고양이 왈츠'(차세정 작곡)'버라이어티'(심규선 작곡)에서 압승은 뮤지컬과 같은 경쾌함을 풀어낸 '버라이어티'. 휴식처를 넘어 보컬의 새로운 색깔이자 재발견이다. 

'Sue' 역시 만만치 않은 파괴력을 가졌기에, '어떤 날도, 어떤 말도'와 함께 더블 타이틀로 낙점된 '안녕, 안녕'의 자리가 그리 빛이 나지 않는다. 그녀에게 좀 더 작곡 시간이 있었다면 이번 프로젝트는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왔을 것이다 

이 정도면 '작곡가+가수'를 넘어 공동 작업의 결실로 나오는 새로운 콤비의 탄생이라고 봐도 좋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환상의 짝꿍만큼 거대한 파괴력을 지녔을까. 

< 두 번째, >'부디'까지만 해도 이런 우려는 덜 했다. 곡은 일반적인 슬픈 이별 노래지만, 흡수력이 돋보이는 선율을 지녔다. 정규 앨범에서 '부디' 이상의 곡이 나왔다면 루시아란 이름이 더 알려질 수 있었을 것이다.

'어떤 날도, 어떤 말도', '안녕, 안녕''부디'를 넘지 못했다. 들리는 곡인 건 사실이나, 한 번 들었을 때 전달되는 파괴력은 약하다. 음반엔 '부디' 만큼의 곡들만 있을 뿐, < 자기만의 방 >의 얼굴이 될 만한 노래는 없다 

과거로의 복귀는 완성되지 못한 채, < 유실물 보관소 >의 갈증만 풀어놓았다. 희망적인 건 그 갈증에서 새로운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출현했다는 것. 이제 심규선에게 뮤지션이란 명칭을 달아도 어색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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