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석(Vimutti) - Rest

홍범석(Vimutti)
Rest
2010. 12. 09.
프로듀서: 홍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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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Dear father (Puccini's 'O mio babbino caro')
2. Rest (Chopin's 'Nocturne No.2')
3. Your voice (Saint-Saens' 'Mon coeur s'ouvre a ta voix')
4. Be my bride (Erik Satie's 'Je te veux')
4. Boat (Faure's 'Pavane')
6. 너의 아주 오랜 꿈
7. It's a heartache
8. She believes in me
9. 별빛 가득한 편지 ('She believes in me' 한국어 version)
10. Lonesome blues
11. Parole
12. The winner takes it all (soft rock version)
13. The winner takes it all (dance version)
14. Volare (original title: Nel Blu Dipinto Di Blu)
15. Volare (no intro)

익숙한 선율을 갖췄음에도 오페라가 마니아 음악으로 비치는 이유는 뭘까. 그건 아마도 대중음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긴 연주를 펼치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직접 볼 기회도 흔치 않으니 친해지기가 쉽지 않다.  

다행히 오페라는 1980년대 팝과 결합하며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 시작했고, 1990년대 중반 팝페라(Popera)란 단어가 대중화되며 일부분이나마 알릴 수 있는 바탕을 얻게 됐다. 국내에선 임형주, 정세훈 등이 대표주자인 상황에서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의 합창단이 'Nella Fantasia'를 부르며 그 인지도가 조금이나마 올라갔다. 

홍범석(Vimutti)은 한국 팝페라에 새 얼굴이다. 다른 팝페라 가수들과 마찬가지로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고, 실제 오페라에 출연한 경력이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독특한 이력이라면 한, 중, 미를 넘나들며 공연을 기획했고, 동시에 그 무대에 올라선 경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쉽지 않은 체험들 덕분일까. 앨범에서 그의 목소리는 지금껏 장르에서 나왔던 색깔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보통 테너나 소프라노 방향으로 보컬 색깔이 극단적으로 구분됐던 것과는 달리, 중저음의 담백한 목소리는 대중가수들과 견주해도 손색없는, 부담스럽지 않은 음색을 가졌다. 팝과 오페라의 중간점을 짚어낸 듯한 음성이다. 속지에도 “크로스 오버 가수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부드러운 중, 저음 소리로,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곡들을 만들어 녹음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목적이 잘 표현됐다. 원곡의 멜로디를 해치지 않는 편곡들과 새롭게 붙인 가사는 자연스러운 발음과 더해지며 담백하게 다가온다. 'Rest', 'Parole'를 듣는다면 이런 특징은 단박에 포착될 수 있으며, 케니 로저스(Kenny Rogers)의 ‘She believes in me'와 재즈적인 감성이 물씬 풍기는 자작곡 'Lonesome blues'에선 팝에 대한 자연스러운 어울림도 발견할 수 있다. 

대중음악을 듣다 보면 따라 부르고 싶을 때가 잦다. 이것은 대중음악이 생명력을 갖는 가장 큰 힘 중의 하나다. 그러나 팝페라는 듣기 좋은 3분대의 팝 구성으로 짰음에도 그런 생각이 쉽게 들지 않는다. 아마 감히 따라 하기 벅찬 창법과 톤 때문일 것이다. < Rest >는 그 약점을 잘 파악했다. 성악가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면서도 듣는 내내 팝페라라는 무거운 짐을 한층 가볍게 해준다.  

리메이크한 곡 대부분이 이미 국내에서 너무 알려진 탓에, 목소리를 빼면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가수로서의 정체성이 필요한 시점에서 아쉬운 부분이다. 희귀까지는 어렵겠으나, 미묘하게나마 오페라의 가치를 담으면서도 덜 익숙한 곡을 발견하는 관찰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