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st
2010. 11. 11.
프로듀서: 김태훈
1. Intro (작곡, 편곡: 김종민)
2. 걷다가 (작사: 이인영 / 작곡: 이인영 / 편곡: 이인영)
3. 담아둔 말들 (권혜련 / 송기홍 / 송기홍)
4. 오늘은 (김종민 / 김종민 / 김종민)
5. 하늘 걷기 (양경석 / 송기홍 / 송기홍)
6. 한마디 (양경석 / 양경석 / 송기홍)
타(他) 영역에서 활동한 이가 노래에 도전한다면, 보통은 조금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게 된다. 노래꾼이란 명함은 단순히 노력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일반적인 예술 직종들과는 다르게 이점을 가진 직업이 뮤지컬 배우다. 탄탄한 발성과 섬세한 연기력을 구사해야 하는 환경이 가수와 흡사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 이런 기반 덕분에 요즘엔 가수들도 뮤지컬에 도전하는 상황이 잦아지고 있다.
민영기는 이 분야에선 이미 검증된 스타다. < 제9회 한국 뮤지컬대상 남우 신인상 >(2003), < 제1회 더 뮤지컬어워즈 남우주연상 >(2007) 등의 수상경력은 물론이고, 올해에도 5개의 뮤지컬 주인공을 맡았다.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고, 그 기초를 뼈대 삼아 무대에서도 놀라운 가창력을 선보이는 그가 음반을 낸다는 것은 그리 어색한 일이 아니다.
핵심은 대중음악 속에서 얼마나 녹아내렸나는 것이다. 극으로 진행되는 방법이 아닌, 짧은 시간 안에 하나의 완제품이 탄생하여야 하는 방식은 호흡부터 다른 자세를 요구한다.
록발라드라는 장르 선택은 좋다. 그간 보여줬던 장기를 살려주는 것에 있어 이만큼 좋은 궁합도 찾기 드물다. 거기에 박자도 적당한 속도를 냄과 동시에 현악기를 동원하며 덩치를 키웠다. 변화는 없지만, 알맞은 옷을 입은 느낌이다.
'걷다가'부터 '한마디'까지 과도한 바이브레이션을 통해 마초 감정을 쥐어짜려던 아이돌 보컬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굳세면서도 강한 기운을 전달한다. 성악과 뮤지컬로 단련된 습관이 남아 있어 '담아둔 말들', ‘하늘 걷기' 같은 곡에선 음을 절도 있게 끊지 못하고, 그로 인해 마무리가 날카롭진 못하지만, 단련된 성대에서 나오는 소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풍부하다. 듣는 내내 안전한 마음이 든다.
건강한 도전임이 틀림없다. 평소 객석에서만 확인할 수 있었던 뮤지컬 배우의 노래 실력을 음악으로 접할 수 있으며, 가창력 논란이 불고 있는 가요계에서 새로운 가인(歌人)의 수혈이 이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가수지망생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이런 기대를 한다는 것이 모순일 수 있지만, 아까운 재능임은 틀림없다. 지금 대중음악엔 더 많은 가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