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배
이발사
2010. 11. 15.
1. 이발사
2. 바람의 소리
3. 키 큰 나무
4. 내 머리 타던 날
5. 어쩐지 먼
전곡 작사, 작곡: 윤영배
1990년대 가요 팬들이라면 조동익, 장필순, 이규호 등이 소속되었던 '하나 음악'을 모를 수 없다. 포크를 기반으로 삼았던 이 회사는 자주적인 소리를 만들며 레이블 자체가 하나의 음악 스타일로 정립될 정도였으니까.
소속사가 사라진 것만으로도 섭섭한 판국에, 당시 활약하던 음악가들마저 현재 눈에 띄는 활약을 찾아보기 어렵다. 작년, < A Tempo >로 돌아온 오소영만이 그 줄기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 이렇게 집단의 향수가 아쉬운 찰나에 '빨간자전거타는우체부', '스파이더맨'를 통해 장필순 음악의 한 축을 담당했던 작곡가 윤영배가 가수로서 돌아왔다.
'이발사'부터 '어쩐지 먼'까지, 한 대의 기타로 채운 5곡이지만 소리는 꽉 차있다. 기타 줄과 목소리로 이루어진 음향 자체에 포만한 공간감이 느껴진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손가락, 코드를 바꾸며 나는 울림의 잔해들, 좌, 우 트랙으로 나뉘어 발산된 보컬은 그 어떤 최신 기계로 공작한 음파보다 정직하면서도 귓속의 반응을 일으킨다. 단출한 구조임에도 심심한 기운이 없다.
장르의 특색인 가사에도 충분한 집중이 이루어졌다. 표현에서 비유를 통해 조금씩 막을 쳐 놨지만, 불혹을 넘긴 나이에 완성된 짧은 가사들은 적지 않은 규모의 메시지를 담아냈다. 사람과의 만남이 잦지 않았던, 제주도 산간에서 보낸 그간의 환경들이 노랫말에 배어 있는 것 같다.
건조한 보이스 톤과 무게감 있는 단어들이 밝은 인상을 던져주진 않지만, 속도감 있는 반주 덕분에 처진 기분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음악만큼은 경쾌하다고 할까. 신이 나게 웃고 떠드는 기회가 더 많아졌음에서도, 유난히 홀로 있을 때의 고통이 커진 오늘날의 삶이 노래에 나타났다. 세상에 찌든 나이에 음악을 발표하는 것을 걱정한 그였지만, 그러한 고민은 오히려 현실을 살펴봐 주는 현미경으로 거듭나 멋들어진 작품을 완성했다. 하나 음악은 아직 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