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K(비엠케이)
사랑은 이별보다 빨라서
2010. 10. 27.
프로듀서: 물박쥐
1. 사랑은 이별보다 빨라서 (작사: 하정호 / 작곡: 하정호 / 편곡: 하정호)
2. 보물찾기 (feat. 정선국) (서은정 / 서은정 / 서은정)
3. 그대가 있어 (박주연, 함경문, 임서현 / 정지찬 / 정지찬)
4. 일어나 (정지찬 / 정지찬 / 정지찬)
5. Memories (이승호 / Toshiaki Matsumoto / 유정연)
6. Jupiter (이승호 / G. Holst / 유정연)
7. 사랑은 이별보다 빨라서 (Inst.)
텔레비전에서 '가수'를 보기 어려운 시대다. 이상하지 않은가, 가수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가 '노래 부르는 것이 직업인 사람'으로 정의됐음에도 가요 프로그램에 볼 수 없으니 말이다. 대신 그 자리는 이제 춤 동작에 더 치중하고 있는 이들이 메우고 있다. 나아가 예능 프로까지 접수하고 있으니, 가수가 실종됐으리라 오해할 수 있는 건 어색한 게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노래꾼들은 살아 있다. 다만 티비에서 보기 어려울 뿐. 가창력만큼은 의심에 여지없이 인정받는 비엠케이(BMK)도 미니 앨범을 내면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재즈와 소울의 감정이 버무려진 그의 창법은 여전히 '이상무'다. 확실히 음성 그 자체만으로도 진가를 발휘하기에 '사랑은 이별보다 빨라서', '보물찾기', '그대가 있어' 등 이번 음반의 전 곡이 발라드에 맞춰지며 뚜렷한 초점화를 이루어냈다.
이쯤에서 또 의문이 발생한다. 적어도 음악에 관심 있는 이라면 비엠케이의 실력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대표곡을 뽑으라면 어떤 곡이 먼저 나올까. '아직 못다한 이야기‘? ’인생은 아름다워'? 아쉽게도 이건 그가 데뷔 전 피처링 해준 곡들이다. 조금만 더 고민하면 ‘꽃피는 봄이 오면'(2005), '하루살이'(2007)가 나올 수 있다. 그 해의 판매나 수상 부분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진 못했지만, 그 시기에 익숙히 접한 노래인 건 사실이다.
싱어로서 기본기와 인상 깊은 곡을 갖췄음에도, 대표곡을 쉽게 떠오르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서 발견된다. 앞서 말했듯 도와준 곡들이 먼저 더 알려졌으며, 이후 본인의 이름으로 시장성 높은 곡을 갖게 됐지만, 곡을 알릴만큼의 충분한 홍보가 뒷바쳐지지 못했다.
< 사랑은 이별보다 빨라서 >의 등장은 그래서 시기상 가능성이 있어보였다. 정확히 말하면, 아이돌 천지가 되어버린 가요계에서 노래쟁이에 목마른 대중의 욕구를 채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타이틀 곡만 제대로 무장됐다면 음원 순위에서 선전을 기대하는 건 무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바람은 충족되지 못했다. 조성모의 '행복했었다'를 작곡한 하정호가 쓴 '사랑은 이별보다 빨라서'는 그의 역대 앨범 타이틀 곡 중 가장 조용한 선율을 갖췄다. 흥행 경쟁에서 쉽게 승리를 낙관할 수 없는 곡이다.
이미 디지털 싱글로 공개한 '일어나'의 경우도 마찬가지. 파워풀한 음색을 위해 손질한 편곡이 '합당한 계획'이라는 느낌은 드나, 보컬 톤과 매치했을 때 어울림은 일어나지 않는다. 중저음이 기반인 그보단 고음을 잘 쓰는 여성 가수에게 더 자연스러울법한 곡이다.
외모가 우선순위로 대접받는 시대에서 가수가 살아남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대중의 귀를 훔칠만한 멜로디를 적어도 한 개 이상은 갖춰놔야 차트에서 1일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시대가 이소라의 '난 행복해'처럼 라디오와 입소문만으로 정상을 차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 않은가. 곡과 홍보 방법에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