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기(Showgy)
Tea Bag
2010. 09. 02.
프로듀서: 쇼기
1. Romance & dreamers
2. 사랑은 구름 따라
3. 슈비루비
4. 별과 너의 파노라마
5. Still
6. 봄날의 안부
7. 강아지
8. Love love
9. 흐렸다 갬
10. 살아가기 위해서
11. Uturn
12. 슈비루비 (inst.)
13. 별과 너의 파노라마 (inst.)
전곡 작사, 작곡: 쇼기
닥터코어 911(Dr. core 911), 상상밴드의 베이시스트란 명함을 가지고 있음에도, 솔로로서의 활동은 예측 가능했다. 단순히 두 팀에서 한 악기를 책임지는 것뿐만 아니라, 송 라이터로서 음악의 골격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하드코어와 모던록, 인디와 메이저를 모두 넘나들었던 그는 첫 독립 음반에서 어느 방향을 택했을까.
앨범이름은 물론이고, 'Romance & dreamers', '사랑은 구름 따라' 등 제목에서부터 살펴볼 수 있듯이 평온한 밤에 듣기 좋은 팝이 진열되어 있다. 연관 곡들을 떠올려본다면 상상밴드의 < 두 번째 상상 >(2007)과 < Acoustic Diary >(2009) 정도. 록발라드와 어쿠스틱으로 주축 되던 성향이 근접하게 맞춰진다. 물론 이 부분에서 조용하거나 격했던 진행들이 일정한 속도로 더 안전하게 다듬어진 느낌이다.
악기를 동원한 음향 전달도 변함없기에, 과거 작들과 비교되는 건 역시 보컬이다. 문이경민(닥터코어 911)과 베니(상상밴드)가 없어진 상황에서, 이제 정말 쇼기의 목소리만 남겨진 것. 부담스러울 수 있는 환경이지만, 그는 가수로서의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성량 자체가 두텁거나, 남다른 바이브레이션을 갖추고 있진 않다. 여리고 가늘어 고음에서도 강하게 나가지 못하는 게 사실. 그럼에도, 어색하지 않은 건 역시 작곡가로서 본인 키에 맞는 선율을 쓰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무리하지 않는 구역에서 11곡을 완성했다.
이런 계획에서 광고 음악으로 쓰인 '오늘은 맑음'을 리메이크한 'Love love'는 조금 빗나가 보인다. 통기타 리듬 속에서 영어 가사가 분위기와 어울리는 조합인 건 사실이나 여전히 베니가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대표곡에 대한 작곡가로서의 욕심이 살짝 드러난 거 같다.
디지털 싱글로서 도전할 수 있었던 홀로서기를, 풀 앨범으로 도전한 점이 인상적이다. 그만큼 뮤지션으로서 오랜 생활을 했었고, 혼자 펼쳐내고 싶었던 갈증이 많았던 거 같기도 하다. 극단적인 장르와 다채로운 산업 시스템을 모두 겪은 그가 해보고 싶었던 것은 순위에 목마른 후크 송도 아니었고, 자기만의 세계를 펼치려는 마니아 음악도 아니었다. 듣기 좋은, 자연스러운 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