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립
공기로 만든 노래
2010. 04. 28.
프로듀서: 이아립
1. 흘러가길
2. 이름 없는 거리 이름 없는 우리
3. 가장 듣고 싶은 말
4. 바람의 왈츠
5. 벌서 잊었나
6. 신세계
7. One more night
8. 사과
9. 꿈의 발란스
10. 벌써 잊었나 (Acoustic guitar ver.)
11. 패턴놀이 (Live ver.)
전곡 작사, 작곡, 편곡: 이아립
스웨터(Sweater)의 프론트 우먼, 이아립의 세 번째 병풍이다. < 반도의 끝 >(2005)을 통해 홀로서기를 시작한 그녀는, 5년의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통기타를 든 채 우리에게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번 주제는 '바람'이다.
'패턴놀이'를 제외하면, '흘러가길'부터 '벌써 잊었나(Acoustic guitar ver.)'까지 가사에서 바람이란 단어가 빠지질 않는다. 그렇다고 내용이 통일된 건 아니다. '사과'는 < 누군가 피워놓은 모닥불 >(2007) 이후, 오랫동안 기다려준 팬들을 위한 내용이고, '이름 없는 거리 이름 없는 우리'는 지금은 사라진 한 사람을 생각하며 쓴 곡이라고 한다. 여러 소재가 있지만, 이것들을 모두 특정 단어에 맞춰 풀어놓은 것이다.
짜임새 있는 구성은 음악에도 나타난다. 음반 제목처럼, 일상 속에서 들려지는 소리를 포착하여 음향의 뼈대로 잡은 것. 녹음기에 담긴 '공기'의 음파들이 한 앨범의 주인공으로 됐다.
과도한 첨가물을 투입하지 않은 채, 간소한 차림으로 편곡을 했던 방식은 꾸준하다. 거기에, 여러 상황에서 기록된 공기는 분위기를 한껏 감정적으로 만든다. 다른 뮤지션들에게선 스킷(Skit) 트랙으로 살필 수 있었던 아이템이지만, < 공기로 만든 노래 >에선 그 어떤 악기보다 멋진 효과음으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3’이라는 횟수가 들어가지만, 따지고 보면 이아립이 내놓는 첫 정규 음반이기도 하다. < 반도의 끝 >은 EP였고, < 누군가 피워놓은 모닥불 >은 책과 함께 나온, 노래의 비중이 크지 않았던 작품이니까. 일반적으로 구분되는 정규 러닝타임도 충족시켜(43분 46초) 음악적으로 뭔가 제대로 전달한 느낌도 든다.
정성스러운 패키지가 아닌, 쥬얼 케이스로 담긴 구성이 건조하고 딱딱하게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전과 같이 앨범은 지정된 곳에서만 살 수 있는 귀한 존재고, 믹싱 과정을 거치면서도 보컬의 민낯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울림은 따뜻하다. 홀로 주도한 작업이지만, 남다른 구상과 노련한 추진력은 그 어떤 대형 회사의 기획도 부럽지 않다. 또한, '음악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이번 바람은 올곧게 담겨 있는 거 같다. 역시 이아립이란 대명사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주는 건 예술가보다 음악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