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인 - Step 2/4

 

가인
Step 2/4
2010. 10. 08.
프로듀서: 조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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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Nitchell (Baby-G mix) (작사: Saint Binary / 작곡: Saint Binary / 편곡: Saint Binary)
2. 돌이킬 수 없는 (김이나 / 윤상, 이민수 / 윤상, 이민수)
3. Tango the night (박창학 / Haihm / Haihm)
4. Esperando (Ra.D, Grace Eun / Ra.D / Ra.D)
5. 가인(歌人) (김이나 / Saint Binary / Sain Binary)
6. 진실 (김이나 / 윤상 / 윤상)

이제 더는 짧은 바지와 격한 안무만으로 여자 가수가 순위에서 성공하기 어려운 시점이다. 캐릭터는 기본이며, 후크라는 기초 공사에, '특별'한 음악 스타일까지. 3박자가 필수 요소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브라운 아이드 걸스(Brown Eyed Girls)의 가인이 꺼내놓는 전략은 일렉트로닉 탱고다.

알앤비와 일렉트로닉에 집중하던 가수가 탱고라니. 조금은 의외지만, 일단 장르 선택에서 반가움은 사실이다. 잘나가는 가수가 국내에서 비주류로 분류되는 소리를 들고 나오는 일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남은 문제는 의심이다. 시장에서 차별화를 가져다주기 위한 기획사와 프로듀서의 선택인 거까지는 이해하나, 접근성과 적극성이 과연 얼마 만큼이냐인 것이다. 결정의 대표 주자로 빅밴드 사운드에 주력했던 시크릿(Secret)이 있었지만, 'Magic'과 'Madonna'의 관련 미니 앨범은 모두 흥행을 위한 '흉내 내기'에서 끝났었다.

결론부터 꺼내보자면 < Step 2/4 >는 위의 오해들을 쉽게 허물만큼 꽤 정직하다. 일단, 타이틀 '돌이킬 수 없는'부터 자세가 남다른데, 국내 월드 뮤직의 대표 전도사 윤상이 공동으로 곡을 썼다. 만약 이게 음반에서 한 곡뿐이라면 '이벤트'겠지만, 마지막 트랙 '진실'은 물론이고 작곡가 이민수, 작사가 김이나와 함께 '코 프로듀서'로도 이름을 올렸다. 악기 녹음에도 탱고의 뼈대인 반도네온(Bandoneón)의 연주와 녹음을 별도로 했다. 이 정도면 '수박 겉핥기'와 '가짜'에 대한 비난을 쉽게 던질 수 없는, 오히려 '더 진중해' 보이는 참여 구성이다.

보통 소수파의 음향을 꺼내면 대중성에 아쉬움이 남지만, 멜로디도 확실하다. 세인트 바이너리(Sain Binary), 라디(Ra.D) 등 이미 브아걸과 손을 맞췄던 이들이 뒤를 바치며 철저히 한 범주에 파고든 것이다.

치밀한 편곡 속에서 가인의 보컬은 아쉬움이 남는다. 비교의 선이 분명한 곡은 '돌이킬 수 없는'과 '진실'. 윤상표 발라드에 맞추면서도 평소 불렀던 창법을 구사한 '진실'에 비해 '돌이킬 수 없는'은 콘셉트를 위한 연기가 무리하게 느껴진다. 비련의 여주인공을 위해 애처로운 감정을 쏟아내지만, 조금 딱딱하다. 그 기운은 'Tango the night'에서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아이돌 음악이 가질 수 있는 편견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음반이다. 보편적으로 세워지던 담장이 조금은 낮춰진 거 같은 인상도 든다. 시도한 장르가 이미 고탄 프로젝트(Gotan Project)와 바호폰도(Bajofondo)를 통해 나름 알려졌고, 앨범의 색깔도 고탄 프로젝트에 더 가까워 한때 인기 있었던 국외 제품을 시기적절하게 내수품으로 바꾼 기분도 들지만, 이 정도 깊이라면 '영리한 수입' 이상으로 봐도 무관할 거 같다.

아이돌 스타가 현 시장에서 살아남는 비책이 나온 거 같기도 하다. 스텝 섭외와 녹음 정성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작품과 흥행에서 공을 들인 만큼 결과 값이 나온 게 사실이니까. 모두가 빌보드 Top 10의 모양만을 쫓는 순간에, 지나쳤던 보석을 다시 꺼낸 착상도 쉽게 넘기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