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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리뷰

린킨파크(Linkin Park) - A Thousand Suns

 










린킨파크(Linkin Park)
A Thousand Suns
2010. 09. 14.
프로듀서: 릭루빈, 마이크 시노다


1. The requiem
2. The radiance
3. Burning in the skies
4. Empty spaces
5. When they come for me
6. Robot boy
7. Jornada del muerto
8. Waiting for the end
9. Blackout
10. Wretches and kings
11. Wisdom, justice, and love
12. Iridescent
13. Fallout
14. The catalyst
15. The messenger

이름만 린킨 파크(Linkin Park). < Hybrid Theory >(2002)< Meteora >(2004)를 기대를 한다면 좋든 싫든 놀랄 수밖에 없다. 변화의 전초전이었던 < Minutes To Midnight >(2007)에서도 유사성은 'Shadow of the day‘ 정도만 연관될 정도로 묶이기 어려우니까. 그만큼 다 바꿔버린 것이다. 

애초 밴드의 출발은 음향의 다양성을 섞어버린 혼합물이었다. 목적만 놓고 봤을 땐 '변신'의 모습이 어색하진 않다. 그럼에도 자연스럽게 연관 짓지 못하는 건 그 혼성체가 '누 메탈(Nu Metal)'이란 신종 범주로 불리며 규격화되었기 때문이다. 기존 메탈 방식에서 턴테이블과 랩이 들어간 조합은 록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었고,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시장을 강타했다. 그 꼭대기에서 빛을 냈던 별은 바로 린킨 파크였다. 

승승장구했던 팀도 유행의 소용돌이가 지나가면서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장르의 얼굴마담으로서 끝까지 자존심을 지키느냐, 아니면 초창기 의도였던 변모'란 핑계를 내세우며 이 위기를 넘어가느냐. 아쉽게도 절대 불변할 거 같았던 누 메탈 선봉대는 4년의 고심 끝에 얼터너티브 메탈로 노선을 갈아타며 생명연장의 꿈을 이루었다. 

영리한 길을 걸었던 이들은 다시 다음 행보에 종착했고, 이번에는 그 변화를 좀 더 진보적으로 택했다. 프로그래밍으로 짜인 경음악이 조직의 바탕을 이루고, 그 사이에서 기타, 베이스, 드럼이 수줍게 끼어드는 것이다. 마이크 시노다(Mike Shinoda)의 건반과 조 한(Joe Hahn)의 턴테이블이 소리의 중심이 되었다. 

매번 그렇듯, 특정 구역으로 스타일을 정립하긴 어렵다. 보컬이 들어간 곡 대부분이 4분대를 이루며 전, 후반의 흐름을 나눠 반전을 심어놨고, 샘플링 사용도 다채롭다. 물론 이런 시도들이 '최초'란 수식어를 붙일 만큼 새롭진 않다. 'When they come for me'에선 시노다의 프로젝트 그룹 포트 마이너(Fort Minor)가 떠올려지기도 하고, 표현 기법들에 있어선 기존 작들과 연관되는 부분도 있다. 

차이점이라면 함성과 폭죽만이 연상됐던 음파가 차분해졌다는 거다. 전체적으로 깔리는 키보드 톤 자체가 기존에 갖고 있던 어두운 색채는 유지하되, 그 안에 연기가 가득 찬 느낌을 준다. 무심히 듣는다면 밋밋하게 다가올 수 있으며, 실험적인 사운드로 똘똘 뭉친 음반으로도 오해할 수 있을 거 같다. 

여기서 바로 그룹이 가진 경쟁력이 수면으로 떠오른다. 다른 밴드처럼 똑같이 랩과 괴성을 지르면서도 정상을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막힌 감각이었다. 마치 로봇 만화의 합체 장면을 보듯,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지는 절묘한 공격력은 이들만의 전매특허다. 비록 선율은 야박해졌지만, 적재적소에 터져 나온 구성은 명불허전인 것이다. 단순한 구조임에도 되돌이표를 통해 폭발력을 끌어내는 ‘The catalyst’, 기타 솔로의 타이밍을 제대로 맞춰주는 'Burning in the skies', 시노다의 랩이 체스터 베닝턴(Chester Bennington)의 울부짖음 사이에서 적절하게 찾아 비집고 들어가는 'When they come for me'까지. 다 변해도 린킨 파크만의 센스는 여전히 최고다. 

이것이 비록 기다려왔던 규모와 색깔의 음악은 아니지만, 달라진 태도에서도 장점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고향 땅을 등진 배신자의 인상이 드는 것은 사실이나, < A Thousand Suns > 같은 창작물을 내놓는다면 무작정 손가락질은 할 수 없지 않겠는가. 시작은 가출처럼 보였으나, 지금은 독립으로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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