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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리뷰

Feeder - Renegades













Feeder
Renegades
2010. 07. 05.
프로듀서:
Grant Nicholas, Matt Sime

1. White lines
2. Call out
3. Renegades
4. Sentimental
5. This town
6. Down to the river
7. Home
8. Barking dogs
9. City in a rut
10. Left foot right
11. The end

전곡 작사, 작곡: Grant Nicholas


음악에서 초심을 찾기란 쉽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서 쌓이는 흥행의 요소들은 회사와의 이해타산에서 때놓을 수 없는 관계들이기 때문이다. < Comfort In Sound >(2002)의 성공 이후, 서정성의 기운만이 짙었던 피더(Feeder)가 공식 데뷔 13년 만에 처녀작 < Polythene >(1997)으로 돌아왔다면 믿겠는가. 아니, < Polythene >보다 더 강력한 사운드로 말이다. 

처음 이들이 나왔을 때, 평단은 일제히 스매싱 펌킨스(Smashing Pumpkins)와 너바나(Nirvana)를 합친 듯한 브리티시 록 밴드라고 말했다. 육중하고 거친 기타 리프는 얼터널티브와 펑크 사이를 헤엄쳤고, 교묘하게 합쳐지는 연주 스타일은 나름의 색채를 띄우고 있었다. 1990년대를 광란했던 록의 회오리 속에서 충분한 공간을 마련했던 것이다. 

힙합과 일렉트로닉이 아니면 차트 상위권에 얼굴도 내밀기가 어려운 시대에서 < Renegades >는 잠시 잊었던 그때의 파괴력을 다시 꺼내 들었다. 밴드의 강펀치는 귓구멍을 사정없이 때려대고, 록에 미쳐버릴 수밖에 없었던 그 험한 사운드스펙트럼을 과감 없이 토해낸다. 팀은 시간을 무시한 듯 거짓말처럼 처음 시작했던 그 자리로 다시 돌아왔다. 

< Renegades >는 피더의 음반 중 가장 자유스러운 앨범이다.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 듣기 좋은 3분대의 안전한 편곡은 찾을 수 없다. 곡 대부분은 2분대로 짧게 쳐버리며 마무리에서도 예상할법한 규칙적인 패턴은 지워버렸다. 작곡에서 편곡까지, 그 어느 하나 작위적이지 않다. 

자칫 건방져 보이는 자신감일 수 있으나, 그 의혹은 음악에서 충분히 풀어준다. 첫 번째 싱글로 컷 됐지만 선율의 동선을 늘어뜨리지 않는 'Call out', 좌우로 사정없이 움직이며 드럼의 맛을 살리는 'This town', 공연장의 헤드라이트처럼 쏘아대는 기타 리프가 일품인 'Home', 시작부터 보컬의 외침이 터져버리는 'Down to the river' 등 전곡 모두 편안한 자세는 취하지 않는다. 특히 기타의 왕성한 활동량은 듣는 내내 심장 박동을 뛰게 한다. 마치 록이란 전장에서 사정없이 공격해버리는 대공포(對空砲) 같다. 

일곱 번째 앨범에서 내린 이런 결단이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다. 새 드러머 칼 브라질(Karl Brazil)을 영입하며 진용을 재정비했고, 무엇보다 본인들이 직접 레이블을 세우며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게 됐다. 하드커버로 이루어진 이번 < Renegades >의 한정판 패키지만 봐도 그전의 피더의 앨범에선 찾을 수 없던 디자인. 13년 만에 얻어진 해방에서 팀의 바람들이 실현되기 시작했다. 

2010, 자칫 아류로 분류될 뻔했던 1990년대의 밴드가 기나긴 세월을 지나 지금도 이런 모습을 지키고 있을지 누가 알았겠는가. 수많은 록밴드가 등장했었지만, 신보보다 해체의 소식을 더 들려주었다. 그사이 이들은 버텨냈고과거의 본때를 보여주고 말았다. 이제 피더에겐 < Comfort In Sound >만 있는 게 아니다. < Renegades >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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