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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리뷰

옥상달빛 - 옥탑라됴















옥상달빛
옥탑라됴
2010. 01. 22.

1. 안녕 (작사: 박세진 / 작곡: 박세진 / 편곡: Soda)
2. 하드코어 인생아 (박세진 / 박세진 / Soda, 조용민)
3. 옥탑라됴
4. 옥상달빛 (김윤주 / 김윤주 / Soda)
5. Another day (김윤주 / 김윤주 / Soda, 조용민)
6. 외롭지 않아 (박세진 / 박세진 / Soda)
7. 가장 쉬운 이야기 (김윤주 / 김윤주 / Soda)
8. Good bye (Remix) (박세진 / 박세진 / Soda, 류승현)


옥상.
멀리 떨어져 있는 하늘과 좀 더 가까이 맞댈 수 있는 곳, 빨래 널어놓는 곳, 담배 태우는 곳, 연인과 불장난하는 곳 등 이곳의 용도는 다양하다. 이 많은 순간 중 고마운 시간을 하나 떠올려본다면 쌓아놓은 고민을 묵묵히 들어주고 친구가 돼주는 달빛 비추는 밤일 것이다.  

심각한 공해는 이런 날을 자주 가져다주지 않지만, 당시를 경험한 추억만큼은 생생히 살아있다. 그리고 박세진, 김윤주로 구성된 신인 여성 포크 듀오 '옥상달빛'은 그 찰나를 음악으로 스케치했다. '푸른 새벽'을 시작으로 '1984'까지 이미 포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여성 듀오들이 제법 있어 팀 구성에 식상할 수 있지만, < 옥탑라됴 >는 그런 예측을 누그러뜨려줄 개성이 흐른다. 

팀 명(옥상달빛)과 앨범 명(옥탑라됴)대로 이들의 초점은 옥상이다. 주인집 아주머니를 배려하여 시끄럽게 음악하면 안 되는 곳, 그러면서 늦은 시각까지 그 좁은 장소에서 하고 싶은 거 다하는 곳. 이 두 가지가 노래에 가지런히 자리 잡혀 있다. 

그래서 악기 수는 간결하다. 건반과 통기타의 리드, 드럼의 느긋한 박자는 옆집에 피해 안 줄 만큼 소박하게 연주된다. 그리고 핵심. 주변에 눈치는 신경 쓰지 않은 채 쏟아내는 푸념은 듀오의 한을 풀어준다. 

“뭐가 의미 있나 / 뭐가 중요하나 / 정해진 길로 가는데 / 축 쳐진 내 어깨 위에 / 나의 눈물샘 위에 / 그냥 살아야지 / 저냥 살아야지 / 죽지 못해 사는 오늘” ('하드코어 인생아' 中) 

“모두들 나에게 말 했어 / 이다음에 돈 벌면, 이다음에 성공하면 / 그땐 행복할 거라고 / 그럼 지금 우리에겐 행복이란 없는 걸까?” ('가장 쉬운 이야기' 中) 

가사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꾸밈없는 진실로 다가온다. 취업 난, 진로 선택, 외로움 등 젊은 세대의 고민거리를 짧게 표현한 두 여자의 작법은 낯설지 않다. 듣는 순간 내 얘기라는 걸, 현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라면 바로 눈치 챌 수 있다. 

이런 눈을 가질 수 있는 건, 두 여성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했던 옥상달빛은 이미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적이 있다. 박세진은 '2008년 유재하 음악가요제'의 장려상 수상자고 김윤주는 TV 다큐멘터리 < 그리스 >의 음악을 맡았었다. 1984년생 동갑내기 둘의 이력을 따져보면, 이들도 직장과 목표에 대한 고민이 한창때인 것이다. 

꿈을 포기 못 한 두 소녀는 팀을 꾸려 홍대에서 공연을 시작했고, 원맨밴드 '올드피쉬(Old Fish)'의 소다(Soda)에게 발굴되었다. 이 연이 이어져 인디 레이블 미러볼 뮤직의 도움을 받아 음반이 나오게 됐다. 

비록 그녀들의 내공을 진득이 살피기엔 시간이 짧은 미니 앨범이지만, 옥상이라는 남다른 설정으로 새롭게 등장한 신인의 패기만큼은 선명히 감지할 수 있다. 2010년 1월, 여성 작가가 적은 음악계에 출발이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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