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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리뷰

테크니컬러(Technicolor) - The Brilliant Future









테크니컬러 (Technicolor)
The Brilliant Future
2009. 02. 17.

01. Dance Dance Dance (Feat. Yankie, DJ QNA)
02. 탐색전 (Feat. 김소연)
03. On Your Mark
04. 날개 (Feat. 김윤일)
05. Tonight (Feat. 이융진)
06. Air (Feat. Sweetpea)
07. 자화상 (Feat. Kjun)
08. Long December (Feat. 요조)
09. Slide Away (Feat. 이아립)
10. Make It Happen (Feat. T.A)
11. La Fiesta (Feat. T.A)
12. 바람의 노래 (Feat. 웅산)

최근 홍대 씬이 번창하며 그 속에 속한 소속사가 점차 기업화되고 주류 미디어와의 관계도 잦아졌다. 인디(Indie)라는 개념이 애매모호해진 시대다. 정확한 의미 중 하나는 상업적으로 요구받는 시스템을 거부한 채, 창조자 스스로 하고 싶은 음악을 만들어 활동한다는 뜻이 있다. 발표된 음악이 대중 호응도에 집착하지 않은 채 자신의 세계를 펼쳤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보통 음악에 있어 실험적 성향이 짙어진다. 이윤을 따지면 손해 보는 점도 생길 수도 있다. 물론 확률적 이야기다. 반대로 도전을 통해 대중의 반응을 얻을 수 있는 결과도 나온다. 테크니컬러(Technicolor)의 < The Brilliant Future >가 그런 앨범이다. 

테크니컬러는 김윤아의 남편인 김형규가 몸담았던 힙합 그룹 킹조(King Joe) 출신의 멤버 원종석의 원 맨 프로젝트명이다. 원종석의 솔로 앨범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래퍼의 솔로 앨범. 여기서 끝난다면 ‘인디’를 열거할 필요가 없다. < The Brilliant Future >는 국내에서 볼 수 없는 참신한 기획으로 무장되어 있다. 

곡 전반의 프로듀서는 테크니컬러, 캐스커의 이준오, 소울 누 에바(Soul Nu Eva) 3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곡마다 피처링도 달라진다. 티비앤와이(TBNY)의 양키(Yankie), 디제이 큐엔에이(DJ QNA), 작곡가 김소연, 김윤일, 캐스커(Casker)의 융진, 스위트피(Sweetpea), 케이준(Kjun), 요조, 이아립, 티에이(T.A), 웅산. 12곡 중 중복되는 피처링이 ‘La Fiesta’ 한 곡밖에 없다. 웬만한 컴필레이션 앨범이 부럽지 않다. 

힙합 리듬 속에 스윙 댄스로 버무려지는 ‘Dance Dance Dance'는 첫 트랙부터 장르적 혼합의 지향점을 제시해낸다. 재치 있는 효과음이 가득한 ’탐색전‘에선 김소연의 보컬과 날카롭고 좁은 플로우를 통해 이상적인 호흡을 만든다. 90년대 댄스가 생각나는 ’On Your Mark', 기타의 진함이 묻어나는 ‘날개’, 캐스커의 냄새가 가득한 하우스 곡 ‘Tonight', 모던 록이 느껴지는 ’Air', 하와이안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Slide Away', 탱고가 혼합된 ’바람의 노래‘등 한 곡 한 곡 따로 설명해야 할 정도로 개성 가득한 곡들이 채워져 있다.  

다채로운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과정에서 피처링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다. 주연(래퍼)과 조연(피처링)을 구분하지 않는 편곡 속에 무리수를 두지 않는다. ‘Dance Dance Dance'부터 ’바람의 노래‘까지 곡 분위기에 어울리는 사람만 섭외했다. 이렇게까지 자연스러울 수 없다. 

주관성을 잃을 법도 한 진행이지만 공통점을 이끌어내는 건 랩이다. ‘탐색전’에 오프닝 랩은 오래전 댄스 가요에서 썼던 방식이다. ‘On Your Mark'에서도 ’트렌디(Trendy)‘하다라는 느낌은 받지 못한다. 조금은 한 물간. 살짝 촌스러움이 묻어나지만 그것이 테크니컬러의 곡을 알리는 상징이 된다. 곡들의 속도 또한 또 다른 접점이다. ’날개‘, ’자화상‘등이 어둡지만 느리거나 처지지 않는다. 비슷한 템포임에도 다양한 음악 덕에 물리지 않는다.  

장르적 구분을 지으라고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래퍼가 랩을 한다고 ‘힙합’에 넣을 수 없다. 테크니컬러의 유사성을 굳이 따지라면 김진표와 같다. 랩이 있고, 다양한 음악이 가득하지만 어렵지 않다. 테크니컬러 자신도 < The Brilliant Future >에 대해 ‘팝’이라고 말했다. 맞다. 팝적이다.  

음악은 창조와의 싸움이다. 아이디어로 출발해 아이디어로 끝난다. 한 명의 래퍼로 시작, 멀티 프로듀싱, 풍부한 피처링, 장르의 다양화. 지금껏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조합을 테크니컬러는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음악들마저 대중과의 소통에 불편이 없다. 인디가 내놓을 수 있는 장점이 가득한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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