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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리뷰

이승환 - 말랑

이승환
말랑
2007. 11. 01.

01. 징글 Ha-Day (Feat. 45RPM, 박신혜)
02. 내 맘이 안 그래
03. 사랑 착각 상처
04. 첫 사랑
05. 바람의 노래는 슬프지 않아요 (Feat. 정성미)




'마지막 시디 앨범' < Hwantastic >을 발표하고 나서 이승환 자신도 많은 후회를 하고 있을 거다. 2006년 한국 음반 시장은 추락의 막바지였고 아이티(I.T) 산업 전문가들은 무선 네트워크를 활용한 새로운 음악 구매 시장이 보편화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새로 개발된 휴대용 기기들은 그것을 증명했고 시디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였다. 

하지만, 시디는 버텨냈다. 엘피가 사라지지 않은 거처럼. 음반보다 음원 매출이 더 높은 숫자를 기록하고 시디의 판매량이 예전만큼은 못하지만 그래도 나오고 있다. 2009년, 서태지가 싱글 2장을 발표하여 20만 장을 넘은 게 상반기 최고 판매 수치이지만, 시디와 아주 헤어질 만큼의 상황은 아니다. 

2007년 겨울, 대견하게 버텨준 음반 시장에서 이승환은 5곡의 신곡이 담긴 ‘미니 앨범’을 냈다. 그가 한 발언에 대해 스스로 후회하는 걸 입증하는 순간이다.  

< Hwantastic >이후 1년 6개월 만에 나온 < 몽롱 >은 음악 구성에서 매우 익숙하다. 8집 < Karma >와 < Hwantastic >의 아쉬움을 만회하려 내놓은 느낌이다. 45알피엠(45RPM)의 피처링이 빛나는 경쾌한 곡 '징글 Ha-Day'는 '건전화합가요'. 초반 힘을 빼다 후반에 질러주는 이승환표 발라드 '내 맘이 안 그래'는 '하찮은 사랑'의 연장선이다. '사랑 착각 상처'는 정지찬의 프로젝트 팀 휴(Hue) 앨범에서 들었던 서정적 분위기와 멜로디가 그대로 이어진 곡이다. 보사노바 풍으로 편곡한 '첫 사랑', 잔잔한 어쿠스틱으로 이끈 '바람의 노래는 슬프지 않아요'만이 전작들에서 보기 드문 스타일을 보여주며 신곡 분위기를 낸다. 

그도 그럴 것이, 곡마다 포함된 멤버 구성이 예전과 모두 같다. 장르도 같게 만들어 전보다 더한 반응을 기대한 재탕을 노렸지만, 결과는 같다. 이미 대중에게 심판을 받았던지라 이러한 결정에 아쉬움이 있다. 

< 몽롱 >의 발매 시점, 수록곡의 구성을 보았을 때, 정규 앨범을 9장이나 낸 중견 가수 이승환이 음악적으로 이루어놓은 견고한 성곽의 발전은 보이지 않는다. 낮아진 인지도, 미지근했던 전작들에 대해 좀 더 대중에게 알려주고 싶은 앨범이다.  

그런데 목표에 맞는 곡은 못 나왔다. 그의 존재를 굳건히 했던 천일을 기다렸던 애절한 가사도, 폭발하는 가창력을 뒷받침해주었던 후렴도 없다. 타이틀 '내 맘이 안 그래'를 쓴 같은 소속사 드림팩토리의 새 작곡가 이재명의 노력은 '하찮은 사랑'만큼의 강한 발라드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한방이 없다. 

작곡에 또 다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변화가 두렵다면 근래의 구성원이 아닌, 예전의 영광을 만들었던 이들이라도 불러야 한다. 89년에 데뷔한, 노래 잘하는 가수가 이렇게 잊히기엔 아깝다. 가요계에서 자존심 강하기로 유명한 이승환에게 지금 필요한 건 개방적 사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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