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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리뷰

고찬용 - Look Back

 

고찬용 < Look Back >(2012)  



1990
년대를 빛냈던 뮤지션들은 텔레비전에서 방황하고 있고, 최신 유행을 이끈 신진 작곡가들은 너도나도 웰메이드란 목적으로 뭉쳐 다니며 곡을 쓴다. 자기만의 세계를 뚜렷이 펼치고, 그 정신을 온전히 담아내어 작가의 냄새가 가득한 앨범을 만나는 건 이제 쉬운 일이 아닌 세상이다. 

< 2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대상 >을 시작으로 1993낯선사람들의 리더로 활약하다 돌연 자취를 감췄던 그는 딱 10년 만에 < After 10 Years Absence >(2006)로 돌아왔다. 별다른 홍보 없이 보내버린 이 앨범은 비록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진 못했지만, 그 해 가요계에서 놓치면 안 되는 소중한 음반이었다 

6년의 세월을 보내서야 인사하게 된 < Look Back >의 평가는 2006년 때의 긍정적인 반응과는 조금 다르다. 잘 만든 작품이라는 것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1집과의 무게감을 놓고 봤을 땐 동일하지 않다는 분위기다. 적어도 꿈꾸는 아이로 시작하여 오늘 하루는으로 마치는 감동을 이번엔 찾기 어렵다는 얘기도 있다. 

< After 10 Years Absence >에서 들었던 익숙한 코드 전개가 이어지고, 타이틀 곡 화이팅에서의 사운드도 변화란 단어를 쉽게 떠올리지 못하게 한다. 분명 입장하자마자 마주치는 첫인상만 놓고 봤을 땐 새롭지 못한, 살짝 식상한 느낌이 든다. 

감흥을 불러내는 건 바다부터다. 두 번째 트랙을 맞이해서야 고찬용은 < Look Back >에서 해야 할 음악과 들려주고 싶은 선율을 쏟아 낸다. 신시사이저가 완성했던 1집의 뼈대는 순식간에 재즈로 변모하며 고상한 자태를 멋지게 뽐낸다. 2집이 다른 건 이러한 재즈 터치다. 전자 건반의 소스를 크게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도 편곡의 힘으로 아우라를 완성한다 

비슷한 성질을 갖고 있음에도 비슷하지 않게, 익숙한듯하면서도 신선한 사운드를 제공한 것이 이번 음반이다. 노래에 접근한 악기의 태도를 바꿈과 동시에 1집에서 펼쳐낸 세계를 지켜낸 점이 소모포어 징크스가 존재할 시점에서 위기를 극복한 그만의 해법인 것이다. 

대중에게 설득력 높은 음악은 반드시 자신의 단점을 보완만 한다고 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좋은 선율과 더불어 머릿속에 담긴 생각을 뚜렷이 펼쳤을 때, 그 마음은 더 강하게 전달된다. 20년 전 같이 활동했던 이들 중 현재 이토록 굳건한 자세를 가진 이가 몇이나 있을까. 고찬용은 2006년은 물론이고 2012년에도 솔로 뮤지션으로서는 누구나 욕심내고 싶은, ‘작가의 음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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