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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리뷰

거미 - Loveless














거미
Loveless
2010. 04. 30.
프로듀서: 최갑원

1. 그만 헤어져 (작사: 최갑원 / 작곡: Soul-shop / 편곡: Soul-shop)
2. Because of you (최갑원 / 김도훈 / 김도훈)
3. 사랑은 없다 (작사: 최갑원 / 작곡: Soul-shop / 편곡: Soul-shop)
4. 남자라서 (Teddy / Teddy / Teddy)
5. 어떡해 (최갑원 / 최갑원, 이종훈 / 이종훈)
6. 누구세요 (Feat. Bigtone) (최갑원 / 최갑원, PJ / PJ, 이현승)

트렌드 음악엔 몇 가지 특성이 있다. 천편일률적인 스타일 탓에 다양한 사운드가 나오지 못한다는 점과 해당 장르에 접근하지 않았던 가수가 대세에 맞춰 과감히 도전하는 것이다. 흑인음악 기반의 발라드를 선보였던 거미는 < Loveless >를 통해 후자의 모습을 선보인다. 

중요한 건 이것이 두 번째라는 거다. 거미 최초의 댄스 타이틀 '미안해요'(2008)로 그녀는 당시 불기 시작한 전자 음악 유행에 민첩한 반응 속도를 자랑했다. 낯설 수 있었던 분야에 발을 디디며 다른 영토에서도 어색함이 없다는 걸 증명한 것이다. 그럼에도, 반복적인 소스를 선택한 건 2년의 공백 동안 변하지 않은 가요계의 분위기를 의식한 거 같다. 

전작과 겹쳐지는 이미지가 조금 식상하나, 그래도 거미는 거미다. 선배 가수들이 칭찬할 정도로 노래실력이 출중한 그녀는 이번에도 본분을 다한다. 비트가 빨라지는 후렴에서 침착한 호흡과 섬세한 바이브레이션을 선사하는 '그만 헤어져', 오토튠의 효과가 더 어울릴 거 같은 상황에서도 직접 음정의 기교를 섞으며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어낸 '누구세요'는 유행 안에서도 거미가 가지는 장점을 발휘한 곡이다. 

그러나 '그만 헤어져', 'Because of you'를 들으며 떠오르는 건 또 다른 '원곡'이다. 프로그래밍 사운드를 넣은 두 곡이 트렌드를 충실히 반영한 것은 사실이나, 왠지 평소 그녀가 불렀던 발라드가 기반일 거 같은, 그리고 그것이 더 자연스러울 거 같은 느낌이 감지된다. 거미만의 색깔을 선보일 기회를 포기한 채 시장의 입맛을 맞추는 거에 더 열중한 것이다. 

4장의 정규 앨범을 낸 가수로서는 용기가 부족한 결단을 내린 거 같다. 비록 < Loveless >가 6곡의 짧은 트랙으로 이루어진 미니 앨범이지만, 그 안에서도 그녀만의 존재를 보여줄 수 있는 곡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장점을 살리기보단 지나친 주변 의식을 통해 타협안의 요소들만 파고든 거 같다. 지금 당장이야 차트를 노리는 방법이겠지만, 훗날 그녀를 기억할 수 있는 앨범이 될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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