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스 리그에 대한 추억은 2004년도 부터이다. 처음으로 새벽 결승전을 관람한 경기는 '리버풀 : AC 밀란' 이였는데 졸린 눈을 비비며 안방에 혼자 앉아 봤던 그 경기의 추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터진 말디니의 골은 밀란의 기세를 이끌었고 전반 끝날 때까지 3:0이라는 스코어를 만들어 냈다. 티비를 끄고 다시 침대로 갈까 말까 고민을 하던 차, 15분의 지루한 광고도 버티며 이왕 일어난 거 끝까지 보기를 결심한다. 그리고 그 대가는 후반에만 몰아친 리버풀의 3골과 두덱의 환상적인 방어로 이루어진 승부차기까지 관람하게 한다. 내가 직접 본 그 어떤 축구 방송도 그때와 같은 기적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새벽 6시, 잠은 이미 달아났고 마음속에 남은 그날의 감동은 아직도 잊질 못한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건 없다. 그래서 잉글랜드와 스페인의 2009년 No.1 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바르셀로나의 경기는 큰 스코어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팀 컬러도 상반되기에 공수적 빠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축구의 묘미도 보기 어렵다. 맨유는 환상의 수비와 조직력으로, 바르셀로나는 폭발적인 공격력으로 게임을 진행할 것이다. 이미 작년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보인 구도다.
봤던 경기 또 본다는 표현이 과장되지 않았다. 차이가 있다면 바르셀로나는 4강에서 포백의 주전 선수들을 모두 잃었고 맨유는 플레처를 잃었다는 것뿐이다. 그래서 조심스레 결과를 예측하기도 한다.
강팀과 강팀의 대결에서 나오는 실점은 매번 '실수'에서 발생한다. 한쪽 중 누가 먼저 실수를 하느냐가 게임의 분위기를 잡는다. 작년, 단 한 번의 백패스로 스콜스에게 중거리 득점을 내준 바르셀로나는 그래서 더 집중해야 한다.
큰 재미는 못 느끼겠지만 봐줄 만한 경기는 될 거다. 최고의 팀들이 펼치는, 축구에서 완성이란 무엇인가를 보여 줄 경기라고 믿는다. 그것이 무승부로 끝나 승부차기를 간다 해도 상관없다. 그만큼 완벽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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