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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리뷰

윤종신 - 동네 한 바퀴

윤종신
동네 한 바퀴
2008. 11. 26.

01) 동네 한 바퀴  /  02) 야경
03) 즉흥여행 (Feat. MC 몽)  /  04) 내일 할 일
05) 같이 가줄래  /  06) 벗어나기
07) O My Baby  /  08) She's Not Here
09) 무감각  /  10) 나에게 하는 격려
11) 즉흥여행



- 예능 늦둥이가 아닌 작곡 늦둥이
뒤늦은 예능 늦둥이, 그 부류의 선두주자인 윤종신이지만 본업인 음악에서도 그는 작곡 늦둥이다. 지금이야 차트에서 남에게 준 곡이 성공하며 '작곡가 윤종신' 이란 이름을 알리고 있지만 정작 그가 왕성하게 활동했던 90년대에 '작곡가 윤종신'은 떠올리기 힘든 이름이였다. 그가 단순히 곡을 받아 부르는 가수라는게 아니라, 앨범을 만드는데 있어 직접적인 참여도가 점점 높아졌고 어느 순간 그 선을 유지하고 있는, 그래서 현재의 윤종신을 만들고 지켜나가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는 걸 말하고 싶다.

- '팥빙수', '너에게 간다'
윤종신 마음대로 활동했던건 그가 회사의 주인이 됐을 때부터이다. 방송 불가 판정으로 불안할거 같았던 '팥빙수'는 여름에 꼭 나오는 곡 중 하나가 되었고 당시 음반 세일즈에서 큰 재미는 못 봤지만 공연과 기타 활동을 합한다면 섭섭하지 않은 스코어였다. 그 후 윤종신은 방송에서 자주 보여지기 시작했고 그렇게 하면서 나온 후속 앨범의 프로모션은 '너에게 간다' 였다.
감히, 장담까지는 못하지만 이 앨범의 윤종신표 멜로디 라인은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 타이틀은 물론이고 짧지만 단단하게 이루어졌던 곡 구성들은 어느 곡이든 대충이란게 없다. 그가 단순히 방송만 하며 보낸게 아니라 공백 기간 동안 꾸준히 곡을 만들고 다듬었다는 걸 보여주었던, 그리고 멜로디를 뽑아내는 능력에 있어 가장 절정의 시기가 아니였나 싶다

- 동네 한 바퀴
그래서 동네 한 바퀴에 거는 기대는 최고조였다. 너에게 간다로 왠지 한계점에 이르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윤종신, 그가 누군가? 누구보다도 음반 구성의 포인트를 정확하게 알고 실천하는 (작업 비율 - 본인 70% : 외부 30%) 뮤지션이기에, 못해도 본전은 뽑는 다는건 그의 음악을 듣는 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그 사이 그가 쓴 '거리에서'는 한 해를 대표하는 노래 중 하나가 되고 말았다.)

서문이 참 길었다. 그가 가수인지 모르는 이들을 위해, 그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고 훌륭한 앨범을 만드는지 알려주고 싶었기에 주저리 써놓았다. 윤종신+정석원 라인으로 10곡을 만든 이번 앨범에 대해 간단히 표현해 보자면 '너에게 간다'보다는 아쉽지만 그래도 '본전 이상'은 해냈다라는 느낌이다.
일단 타이틀부터 살펴보자면 멜로디 라인의 빈약은 팥빙수부터 지금까지 내놓은 프로모션 트랙 중 가장 돋보인다. 서민적인, 공감가는 가사가 매력적인 윤종신의 곡에서 '동네 한 바퀴'는 여전히 그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너에게 간다 만큼의 훅이나 팥빙수 만큼의 기발함은 없다. 그가 누군지 모르는 10~20대들에게 '동네 한 바퀴'는 그냥 듣기 적당한 팝으로 끝나버릴수도 있는 거다.
전작과의 차이에서 기존의 팬들을 즐겁게 해주는건 '편곡'이다. 11번째 정규 앨범. 뻔한 레파토리가 슬슬 보여지는 라인이지만 정석원을 괜히 끌어들인게 아니다. 정석원 스타일의 편곡과 윤종신의 진행은 두번째 '야경'부터 그 진가를 보여주는데 내공 쌓인 프로듀서 윤종신의 현재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참 탄탄하다.

어떻게 보면 기존의 것들을 답습한 '질리는 내용'들이겠지만 이것이 가장 듣기 좋은 '팝'이자 가장 기본적인 앨범이라는데는 어떠한 의심도 없다.
벌써 11번째. 가요계가 불황이든 호황이든 군대의 시기를 제외하면 윤종신은 꾸준했다. 꾸준히 앨범을 냈고 꾸준히 활동했다.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지키고 이끌고 있는 그는 가요계의 모범생이다. 지금 한국 음악 시장에서 '모범생' 많지 않다. 불황이라 피하고 불황이라 바꾼다. 그래서 한결같은 그의 모습이, 예능 하느라 바쁠텐데도 이렇게 음악을 내놓는 그가, 대단하고 고마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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