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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리뷰

레인보우 블랙(Rainbow Blaxx) - < Rainbow Blxx Special Album (RB BLAXX) >

레인보우 블랙(Rainbow Blaxx) < Rainbow Blxx Special Album (RB BLAXX) > (2014)

씨스타와 걸스데이도 정상을 차지한 시점에서, 이들보다 먼저 데뷔한 레인보우는 아직까지 1위를 맛보지 못했다. 기록은 공중파, 케이블을 넘어 음원 사이트까지 모두 포함해서 나온 결과다. 소녀, 여전사, 청순 등 수많은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지만, 스윗튠이 작곡한 ‘A’로 음원 차트 2위를 기록한 것이 이들의 최고 성적이다. 이 정도면 ‘해볼 것은 다 해봤다.’고도 볼 수 있다.

오렌지 캬라멜을 벤치마킹하여 3명의 유닛으로 출격한 ‘레인보우 픽시’조차 시장의 외면을 당하면서 코너로 몰린 소속사 DSP가 내놓은 회심의 카드는 ‘섹시’다. 2013년 후반부터 시작된 걸그룹의 섹시 경쟁은 몇몇 그룹을 성공으로 이끌어냈기에 지금쯤 도전해볼 만한 분야. 이번엔 4명의 멤버가 뭉쳐 세미누드 티저까지 공개하며 성공의 다짐을 드러냈다.

뒤늦게 봇물이 터져 1위로 올라간 포미닛과 크레용팝이 아니고서야, 현재 음원 시장에서 발매 당일 차트를 점령하지 못하면 흔히 ‘반응이 싱겁다’라고 진단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 그룹 ‘최후의 보루’인 성적 표현까지 노골적으로 드러냈음에도 레인보우 블랙의 성적은 레인보우와 차이가 없다.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작곡가 윤상과 East4A다. 무대를 장악하는 자극적인 춤사위가 남성팬의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것은 사실이나, 음악만 들었을 땐 전혀 관능적이지 않다. 아무리 퍼포먼스가 훌륭하더라도, 그 폭발력의 원천은 음악으로부터 출발한다. ‘Cha cha’가 재생되는 내내 그 어떤 부분에서 ‘야한 상상’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음악 자체만 놓고 봤을 땐 근래 윤상이 주도한 댄스 음악 중 단연 탄탄한 소리를 제공하나, 유닛의 주제와 맞물린다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이어지는 ‘한마디’, ‘Silhouette’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기획사는 들리는 것과 보이는 것에 대한 방향을 떨어지게 하면서 뻔하디뻔한 섹시 콘셉트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바람이 있었겠지만, 낭떠러지에 도착한 그룹의 상황을 놓고 봤을 땐 무모한 도전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굳이 레인보우 블랙이 아니더라도, 레인보우는 예전부터 이미 섹시했다. 그 섹시의 절정을 꼽자면 단연 배꼽춤을 선보인 ‘A’다. 터졌을 때 밀었어야 했지만, 이후 전략을 선회한 ‘Mach’부터 그룹의 방향은 계속 꼬여지고 있다.

실력은 상향 평준화됐고, 외모도 출중한 인재가 가득한 걸그룹 시장에서 성공의 열쇠는 오직 철저한 기획력이다. SM의 아이돌들이 빛을 내는 바탕은 모두 스텝들의 노력 아니겠는가. 현재 DSP가 처한 심각한 문제는 시장을 점령할 곡 선정 감각이 무뎌졌다는 것이다. 뭐든지 가수에게 핵심은 음악이다. 이걸 놓쳤다면 그 어디에서도 복원될 기회는 없다.

-수록곡-
1. Cha cha (작사: 김이나 / 작곡: 윤상, East4A)
2. 한마디 (이동은, Musoh, Boy Ski Mask, Lisa Desmond / Musoh, Boy Ski Mask, Lisa Desmond)
3. Silhouette (A-TEAM, 현재욱, 김태훈 / A-TEAM, 현재욱, 김태훈)
4. Cha cha (Original)
5. Cha cha (Original) (In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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