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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리뷰

로얄 스피릿츠 - Drawing The Line

로열 파이럿츠(Royal Pirates) < Drawing The Line >(2014)

신생 록 밴드의 등장 자체가 어색해진 것이 현재 한국 대중음악의 주류 시장이다. 아이돌만이 기획사의 캐쉬카우 공식으로 정립된 시점에서 로얄 파이럿츠 같은 3인조 남성 록 밴드가 등장하다니. JYJ의 김재중, 슈퍼스타 K의 강승윤과 정준영이 차트를 정복하진 못했고, 밴드 이미지를 유지 중인 F.T 아일랜드와 씨앤블루의 성적도 신통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것은 무모한 도전으로 비칠 정도다.

슈퍼주니어의 ‘Sorry Sorry’를 록 버전으로 커버하여 유투브에서 이목을 끈 청년들은 한국 기획사의 러브콜을 받아 곧장 미국에서 고국 땅을 밟게 됐다. 메이저 기획사에서 출발했지만, 태생은 여타 인디 밴드와 마찬가지로 그들끼리 뭉쳐 자발적으로 나오게 됐다는 점이 그간 ‘만들어진 밴드’와는 확연히 다른 부분이다.

오랜만에 신인 밴드를 텔레비전에서 만나 반가운 마음이 앞서지만, < Drawing The Line >을 듣는 내내 남는 아쉬움은 쉽게 지울 수 없다. 앨범의 문제점은 단순히 이 밴드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닌, 대형 소속사에 소속된 밴드들에 모두 포함되는 공통사항이기 때문이다.

펑키(Funky)한 리듬으로 포문을 연 ‘Drawing the line’, 현악으로 무장한 ‘See what i see’, 마룬5가 떠올려지는 ‘On my mind’ 등 전곡의 편곡이 모두 록 음악에서 익숙하게 들었던 전개 방식으로 잘 다듬어져 있다. 철저히 듣기 편한 ‘팝-록’ 공식에 매달려 창조와 개성 같은 것은 느끼지 못할 정도다.

‘팝-록’을 붙잡은 것이 잘못된 게 아니다. 핵심은 그저 악기 연주로 위장된 음악인지, 아니면 악기 연주로 구성된 그들만의 음악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샤이니, 엑소, 보아 등 아이돌 분과에서 인지도 높은 김태성 작곡가가 주도한 음반은 전자에 대한 태도를 확실하게 지킨다. 즉, ‘쉬운 음악’에 집중한 나머지 밴드의 의지 같은 것은 산화된 것이다.

한두 해 이럴까. 기획사의 주문으로 압박된 이런 고통은 1990년대 이후 늘 존재했다. 그래서 수많은 밴드가 서교동으로 발길을 돌렸고, 10여 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음에도 그 벽은 더 높아졌다.

현실의 장벽을 뚫은 유일무이한 밴드를 뽑자면 ‘버스커 버스커’다. 비록 오디션 프로그램의 홍보를 등에 업었지만, 그들의 음악이 포장되지 않은, ‘다른 음악’이었다는 것에 반론할 사람은 드물다. 이것이 같은 ‘팝-록’ 분과 안에서도 ‘희비’와 ‘차이’를 만들어내는 핵심이다.

다년간의 클럽 활동, 준수한 외모 등 로열 파이럿츠는 분명 소녀들을 열광하게 할 조건의 일부를 갖췄다. 그럼에도 평범한 건, 이들의 음악이 발라드, 댄스와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록이란 장르가 비집고 들어가기조차 어려운 메이저 씬에서 슈퍼 루키, 슈퍼 밴드가 되고 싶다면 먼저 음악이 달라야 한다. 듣기 편한 음악이 늘 호감은 아니기 때문이다.

-수록곡-
1. Drawing the line (작사: 정연정 / 작곡: 김태성, 앤드류 최, 로열 파이럿츠, Jean Mari Horvat)
2. You (로열 파이럿츠 / 김태성, 로열 파이럿츠)
3. See what I see (장연정 / 김태성, 김용신)
4. Fly to you (김민호 / 김태성, 로열 파이럿츠)
5. On my mind (Lounge Mix Ver.) (장연정 / 김태성, 로열 파이럿츠)
6. Drawing the line (English Ver.) (앤드류 최 / 김태성, 앤드류 최, 로열 파이럿츠, Jean Mari Horv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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