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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리뷰

이승환 - Dreamizer














이승환
Dreamizer
2010. 05. 26.
프로듀서: 이승환

1. 이별기술자 (작사: 이승환 / 작곡: 유지상 / 편곡: 황성제, 유지상)
2. 반의 반 (이승환, 정지찬 / 정지찬 / 정지찬)
3. A/S (이승환 / 이승환, 황성제 / 황성제)
4. Dear son (이승환 / 이승환, 황성제 / 황성제)
5. 롹스타되기 (feat. 윤도현, 요한, 이성우) (이승환 / 이승환. 3rd planet / 3rd planet)
6. 단독전쟁 (이승환 / 이승환, 황성제 / 황성제)
7. Reason (이규호 / 이규호 / 이규호)
8. 완벽한 추억 (이승환 / 권순관 / 황성제, 권순관)
9. My fair lady (feat. 서우) (이승환 / 이승환, 황성제 / 황성제)
10. 구식사랑 (feat. 이주한, LYn) (이승환 / 이승환 / 황성제)
11. Wonderful day (feat. 박신혜) (이승환 / 이승환, 3rd planet / 3rd planet)
12. 내 생애 최고의 여자 (이승환 / 이승환, 3rd planet / 3rd planet)
13. 개미혁명 (이승환 / 이승환 / 황성제)

이승환의 음반엔 기대할 게 많다. 세련된 발라드, 독특한 패키지 디자인, 화려한 세션, 수준급 믹싱 등 그는 매번 앨범이란 틀 안에서 살필 수 있는 매력들을 빠트리지 않고 다 넣으려 했다. < Hwantastic >(2006) 이후, 4년 만에 나온 신보에서도 그 바람을 충족시켰을까.

이번에도 녹음 기술에 대한 집념은 잃지 않았다. 국내외 정상급 연주자들과 호흡을 맞췄고 그래미 수상에 빛나는 엔지니어(움베르토 가티카(Humberto Gatica))의 손길도 닿았다. 그뿐인가, 단순히 명인들과의 작업만으로 끝날 수 있는 이 과정에서 이승환은 능숙한 프로듀싱 솜씨를 뽐내며 말끔한 음향을 완성했다. 연주든 소리든 어느 하나 남부럽지 않다.

결론적으로 < Dreamizer >20년 경력을 자랑하는 한 뮤지션의 정도(正道)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풀 앨범 하나 내기도 어려운 시대에 그 가치를 알리려 더욱 노력하는 아티스트의 열정이 살아 있는 거다. 그러나 집착은 '소리'에만 머물 뿐, 작곡에 대한 탐구로는 미치지 못했다.

언제부턴가 그의 새 음반에선 곡이 사라졌다.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덩크슛', '천일동안', '당부' 등 이승환을 만들었던 강력한 존재들에 대한 얘기는 자취를 감춘 채, 믹싱 과정에 대한 업적만을 따지고 있을 뿐이다. 음악이 주는 감동에 대해 이야기되어야 할 순서가 바뀌어 산물에 쓰이는 방법이 먼저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부작용은 < Dreamizer >에서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훌륭한 스텝 명단과 비교하면 기억될 음악은 살피기 어렵다. 그 어떤 곡보다 대중의 귀속을 침투해야 할 타이틀 '반의 반'은 물론이고, 급하게 후속으로 낙점된 '완벽한 추억', 앨범의 대미를 장식해야 할 '개미혁명'까지 4년 만에 칼을 뽑아든 선임 가수의 노래치고 너무 얌전하다.

이런 멜로디 수급 부재의 이유는 작곡가 명단에서 찾을 수 있다. 데뷔 때부터 이어진, 그가 주도하는 작곡 구조는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이승환이 쓴 노래 대부분은 과거와 견주었을 때 날렵한 모양새를 갖고 있지 않다. 대한민국의 대표 동안남이고, 젊게 사는 걸로도 유명하지만, 창작력은 세월과 함께 마음만큼 따라주진 못한 거 같다. 신예 작곡가 유지상이 나선 '이별기술자'와 비교했을 때 감각에 대한 불신은 더욱 깊어진다.

직접 프로듀서를 맡았기에 판단은 본인이 했을 터, 결과에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현재 가요계에서 낮아진 이승환의 위상을 생각할 때, 충분히 시장을 고려해야 할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가 세운 팬덤을 유지할 순 있겠으나, 조금씩 사라져가는 존재감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 어떠한 명품이라도 호감 가는 디자인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 Dreamizer >는 이승환의 자존심을 지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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