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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리뷰

에피톤 프로젝트(Epitone Project) - 유실물 보관소














에피톤 프로젝트
(Epitone Project)

유실물 보관서
2010. 05. 12.

1. 유실물 보관서
2. 반짝반짝 빛나는 (Song by 조예진)
3. 한숨이 늘었어 (Duet with 이진우)
4. 선인장 (Song by 심규선)
5. 좁은 문
6. 이화동 (Duet with 한희정)
7. 해열제 (Song by Sammi)
8. 시간
9. 손편지
10. 서랍을 열다
11. 오늘 (Song by 심규선)
12. 봄의 멜로디
13. 유채꽃


우스갯소리로 우리나라에선 'FM계‘ 스타일의 음악이 있다고 한다. 1990년대 한국 FM 라디오에서 주로 활동한 뮤지션들의 음악을 일컫는 말이다. 윤상, 토이(Toy), 김동률 등 이름만 거명해도 순식간에 어떠한 카테고리를 형성할 정도다. 그만큼 그 시절 갖고 있던 추억과 향수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 이 부류에 속하는 음악가들의 활동이 차츰 줄어들게 됐고, 뉴미디어의 공습으로 입지가 좁혀진 라디오에는 자연스레 명맥을 이어주는 이가 드물어졌다. 새로운 신인들 모두 'FM계'의 음악을 좋아했다고들 말하지만, 그때의 감동을 전수하는 이는 찾기 어렵게 된 것. 이러한 상황에서 차세정의 원 맨 팀 에피톤 프로젝트(Epitone Project)는 잊히는 1990년대의 감수성을 다시 불러일으킨다. 

굳이 딱 어느 팀이라고 꼬집으라면 토이에 근접하다. 차분하게 반주 되는 건반의 울림과 건조하게 읊는 차세정의 목소리는 유희열이 가진 코드와 들어맞는 면이 있다. 듀엣으로 부른 ‘한숨이 늘었어', ’이화동'은 물론이고 피아노 연주곡인 '좁은 문'등 전체적으로 겹쳐지는 이미지들이 발견된다. 

물론 그 안에서도 에피톤 프로젝트만의 선을 살리는 곡들이 있다. '루싸이트 토끼'의 보컬 조예진이 참여한 '반짝반짝 빛나는'는 일렉트로닉 코드를 적절히 배합하는 그만의 감각이 숨 쉬는 곡. '선인장', ‘해열제'에선 통기타가 주도하는 리듬이 따뜻한 발라드를 이끌어 낸다. 과거의 경험했던 온도가 다시 체온으로 흡수되는 순간이다. 

문제는 이런 일치가 더 나아가지 못한 채 '반복'이란 단어에서 멈춘다는 것이다. 일상에서 포착하는 소소한 일들을 가사에 옮겨 담은 것이나, 제목으로 선택된 단어의 아이템들이 모두 'FM계‘에서 충분히 접한 소스들이다. 프로그래밍 사운드를 적절히 배합하며 창작자 나름의 신(新) 감각을 창조하려 했지만, 그가 체험한 옛날의 영광이 너무 짙어 헤어 나오지 못한 거 같다. 오마주(hommage)란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1990년대를 회상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적절한 종합선물세트가, 1990년대를 알아보고 싶은 이들에게는 도우미로서의 괜찮은 역할을 할 거 같다. 다만, 그 이상의 안내와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것이 < 유실물 보관소 >의 장점이자 단점. 잃어버릴 뻔했던 한 시대를 움켜잡은 것은 좋으나, 그와 동시에 현재와 미래에도 통할 수 있는 남다른 변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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